전체메뉴 바로가기
dim
bar_progress

낮술하기 좋은 날

낮술할 때, 뭐 마시지?

Editor 김보미 2021.06.29

색상 바
색상 바

Editor 김보미

2021.06.29

술은, 낮에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이상하게 같은 술을 먹어도 그렇다. 사람들이 모두 일터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홀로 여유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모두가 수업을 듣고 있을 때 혼자 자체공강을 만들어 학교를 빠져나오는 그 짜릿함과 비슷하다.


낮에 먹는 술이야 다 맛있지만, 베스트는 한적한 골목 어귀 식당에 들어가 안주와 함께 가볍게 한 잔을 즐기는 거다. 만취해 길거리를 이리저리 활보하거나, 낮에 들어갔다 밤에 나오는 일이 없도록 조절하면서 말이다. 낮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게 아니라 여유를 즐기기 위해 마시는 거니까.


낮에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만 산뜻하게 만들어 주는 술을 찾고 있는 이들을 위해, 술은커녕 퇴근도 못한 에디터가 낮에 즐기기 좋은 술들을 추천한다. 누군가 나 대신 마셔 주기를 바라며. 즐거운 낮술 라이프를 위해 사 마시기 좋은 술 2종, 그리고 직접 만들어 먹기 좋은 술 2종을 준비했으니 취향대로 즐겨 보자.


책과 맥주,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예거 레몬 라들러

사진=웰그린 홈페이지

다른 에디터의 추천을 받아서 사 마셔 본 라들러. 역시 세미 맥믈리에의 선택은 옳았다. 어정쩡한 시큼함이 아니고, 정말로 새콤달콤한 맛. 술 한 잔만 들어가도 얼굴이 빨개지는 스타일의 에디터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도수(2.2도)다.


한 캔을 모두 마셔 보니, ‘이거 책맥용이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책맥은 하고 싶은데, 술만 들어가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글자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맥주를 꼭 마셔 보길 권한다. 도수가 낮은 데다 산뜻해서, 술이 아니라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것 같다. 레모네이드인 척 하다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알코올의 습격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99.9% 레모네이드와 똑같은 상큼함이 매력적이다.


기분까지 달콤해지고 싶다면
죽향 막걸리

사진=죽향도가 홈페이지

막걸리 가게에서 운명처럼 만나 최애로 정착한 죽향 막걸리.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달콤함을 갖춰, 그야말로 술술 들이켜게 되는 술이다. 간혹 끝 맛이 텁텁해 안주를 두세 젓가락 집어 먹어야 하는 막걸리가 있는데, 죽향 막걸리는 끝까지 깔끔하고 개운하다. 개운한 느낌 때문일까?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에디터는 마신 뒤 시간이 지나도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낮술용 술로 딱 좋은 이유! 전 같은 안주도 좋지만, 두부김치처럼 가벼운 안주와 곁들여 보길 추천한다.


칵테일 바 가기 귀찮을 때
홈메이드 칵테일


홈메이드 칵테일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어떤 입맛에나 무난하게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집에서도 만들기 쉬운 스크류 드라이버나 깔루아 밀크는 어떨까. 스크류 드라이버는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인데, 에디터는 보드카 대신 소주를 넣은 저렴이 버전을 주로 즐긴다. 술과 오렌지주스를 대략 1:2, 또는 1:3 정도로 섞어 주면 완성.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것을 잊지 말자.


깔루아 밀크는 깔루아 한 병과 우유만 구비되어 있다면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다. 깔루아와 우유를 1:3 비율로 넣어 주면 끝! 우유를 넣은 아이스커피에 알코올을 약간 섞은 듯한 맛이라 디저트로도 아주 잘 어울린다.


냉장고에 맛없는 와인이 있다면
홈메이드 샹그리아


솔직히 낮술용 술로는 샹그리아 만한 것이 없다. 에이드 같은 청량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손이 잘 가지 않는, 또는 편의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레드 와인 한 병과 마음에 드는 과일, 탄산수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레시피도 매우 단순한데, 과일을 양껏 잘라 넣고 와인을 부어 준 뒤, 마시기 전에 탄산수를 첨가하면 된다. 감자튀김 등 손으로 집어먹기 좋은 사이즈의 튀김 안주와 샹그리아 한 잔, 그리고 좋은 음악과 함께하면 낮술의 여유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마침 달달한 복숭아의 계절이 왔으니, 딱딱한 복숭아를 듬뿍 넣어 만들어 보도록 하자.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