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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음의 양식은 이곳에서, 텍스트칼로리

텍스트칼로리 이민섭 대표 인터뷰

Editor 김보미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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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보미

2022.09.29

연말까지 100일 남짓 남은 지금. 미뤄 뒀던 책 읽기를 시작할 때다. 어쩜, 마침 바람도 살랑, 햇볕도 따뜻, 책 읽기 참 좋은 계절이다. 지금부터 100일 동안 마음의 양식을 쌓기로 결정했다면,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식료품점 콘셉트의 책방인 텍스트칼로리다. 마트에서 몸에 좋은 식자재를 고르듯, 마음을 살찌우는 텍스트로 가득 채워진 이곳에서 나를 위한 마음의 양식을 골라 보자.




대전 소제동과 경의선 책거리에 위치한 텍스트칼로리는 익선동을 핫 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킨 익선다다와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자서전으로 만들어내는 출판사인 뭉클스토리 이민섭 대표의 협업으로 탄생한 독립서점이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구도심 소제동에 얽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대표의 마음을 이끌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고 전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공간에 책방을 열기로 결심한 그는,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텍스트칼로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2021년 1호점을 열었고, 지난 8월 경의선 책거리에 팝업 부스 형태로 2호점을 오픈했다.





“공간이 넓은 1호점은 각 섹션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입구에 비치된 장바구니를 들고 굿즈 및 책 코너를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했죠. 하지만 2호점은 비교적 좁은 편이다 보니, 공간을 밀도 있게 꾸밀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어요. 그러다 편의점처럼 코너를 나눠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신선 코너, 웰빙 코너, 스낵 코너, 별미 코너, 그리고 인스턴트 코너가 탄생했습니다.”


텍스트칼로리라는 이름답게 소제동에 위치한 1호점은 슈퍼마켓 콘셉트로, 2호점은 편의점 콘셉트로 꾸며졌다. 책방 곳곳에는 노란색 우유 박스가 놓였고, 굿즈는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진열됐다. 브랜딩만큼이나 북 큐레이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책에 조예가 깊은 작가들이 선별한 책을 큐레이션 했지만, 무거운 느낌의 책보다는 신간이나 톡톡 튀는 느낌의 책을 선호하는 방문객들의 취향에 맞춰 독립 출판물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입고했다.


현재는 마트처럼 코너를 나누고, 각 코너에 알맞은 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신선 코너에서는 신간 도서들을, 웰빙 코너에서는 마음을 살찌우는 비문학 도서들을 소개한다. 스낵 코너와 별미 코너에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문학과 독립 출판물이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인스턴트 코너에선 판형이 특이해 굿즈와 같은 느낌을 주는 책, 그리고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인스턴트 북’을 만나볼 수 있다.




“다섯 코너 가운데, 별미 코너와 인스턴트 코너는 큐레이션에 특히 더 공을 들이고 있어요. 신선하고 매력적인 책을 되도록 많이 소개하고 싶더라고요. 1호점에는 170여 종의 독립 출판물이 입고돼 있답니다. 인스턴트 코너의 경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전자레인지 등을 활용해 주방과 같은 색다른 분위기로 꾸몄습니다. 글쓰기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멋진 책, ‘인스턴트 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5주가량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자기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텍스트칼로리의 글쓰기 워크숍. 소설, 에세이, 수필, 동화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다룬다.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스턴트 북’은 인스턴트 식품처럼 빠르고, 간편하며, 맛있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 시리즈다. 책방과 자체적 유통망을 갖춘 출판사를 함께 운영해 편집과 마케팅, 판매, 단행본 출간까지 모든 것이 빠르고 간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멋진 표지 안에 작가들의 맛있는 글이 담겨 ‘인스턴트 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대표는 푸드 프랜차이즈나 배달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음식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콘셉트로 ‘인스턴트 북’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책방과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이 대표에게, 마음의 양식을 쌓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 추천을 부탁했다. 그가 자신 있게 추천한 책은 배우 백수민의 산문집 <실은 아주 작은 불안이었어>. 불안한 감정들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2030 세대에게 공감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독특한 독립 출판물로는 해외 영화 속 샌드위치 등장 장면을 수집한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달걀 프라이 사진이 가득 들어 있는 <오로지 계란후라이>를 꼽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대표에게 어떤 책방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었다. 책이라는 콘텐츠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책방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책방을 찾아 주시는 분들께, 오래된 동네를 기억하고 싶은 곳으로 바꾸어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럴 때 정말 보람차죠. 이곳에서 컬레버레이션을 통한 즐겁고 의미 있는 북 콘텐츠를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많은 분의 경험과 삶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공간으로 텍스트칼로리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사진=텍스트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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