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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힙지로 숨은 독립서점 ‘보위옥’

독립서점 보위옥 김재준·임지은 대표

Editor 김진선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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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진선

2023.11.30

“한 번 오고 나면 계속 오고 싶어지는 곳이죠”


‘힙지로’라고 불릴 정도로 을지로3가 부근에는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힙한 공간이 많다. 간판도 없는 3, 4층에 위치한 카페, 협소한 자리에 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음식점 등이 즐비하다. 굳이 인기 요인을 찾을 수 없어도 그저 ‘그곳’이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된다. 힙한 곳은 비단 음식점이나 카페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품샵이나 편집샵, 독립서점도 곳곳에 숨어있다. 을지로에서 이런 곳도 있다니!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보위옥’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처음 방문했을 때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해 방문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아무 때나, 마음 내킬 때 갈 수 있는 일반적인 독립서점과는 달리 정해진 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다. 입장까지 조금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책, 도자기, 그림, 고서 등등 넓지 않은 공간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로 빼곡하기 때문이다.


보위옥은 국민대 국제통상과 김재준 교수(이하 ‘김’)와 임지은 대표(이하 ‘이’)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복합예술공간을 표방하는 곳으로, 예술인들이 전시를 열 수도 있고 토론을 펼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이곳에서)전시를 가장 자주 진행했다. 이는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장르를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주제를 정해서 현대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함께 한다. 실험적인 예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 보위옥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다양한 수업도 진행하기도 한다.


을지로에서 펼쳐지는 전시회와 강연, 그리고 토론까지. 보위옥에서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대학 교수로 활동 중인 일상에 ‘보위옥’을 연 계기는 무엇일까.


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술가의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충무로도 타격으로 인쇄 골목임에도 인쇄소가 사라지고 있고. 을지로에서 시작이 돼서 청년문화가 퍼지지 않았나. 코로나19 여파로 휑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굉장히 힙해졌다. 좋기도 한데 한편으로 아쉽더라. 진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없다는 거다. 근처에 보니 카메라를 판매하고 인화도 하는 등의 사진 관련 업체들이 꽤 있는데, 사진도 전시하고 문화예술에 대해 뭔가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전시회, 토론 등 다양한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공간인 만큼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뭐하나 빼놓고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알찬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보위옥’이라는 책방 이름도 독특하다. 책방 한 쪽에 데이비드 보위의 사진이 걸려있어 특유의 분위기를 더하기도 했다.


김: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이름을 딴 거다. 우레옥 등 유명한 식당에 ‘옥’자를 쓴 것처럼 보위에 옥을 더했다.


독립서점을 표방하지만, 신간이나 독립출판사 책이 아닌 김 교수의 책으로 채워진 책꽂이도 눈길을 끈다. 절판돼 이제 볼 수 없는 책도 있고, 예술, 먹거리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김 교수의 취향이 확고하게 드러나 보는 눈이 즐겁다.


김: 요즘엔 사람들이 책을 잘 안 보지 않나. 영상도 긴 것은 안 보고 짧은 20초짜리만 본다. 긴 글이나 영상을 보면 집중을 못 하는 거 같다. 보위옥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던 이유다. 책은 읽는다는 것은 중요한 행위다.


앞에서 언급한 전시 외에도 독서 모임, 시 쓰기, 무용, 판화, 철학 등등의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수업은 김 교수가 진행하는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동시통역사, 전직 교장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임: 연령 관계없이 남녀노소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함께해 주신다.


책방을 조용히 채우고 있는 도자기의 존재도 특이하다. 해외에서 김 교수가 수집한 작품도 있고, 실타래를 입고 있는 작품도 있다. 임 대표는 “도자기가 너무 추워 보여서, 제가 작업한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고개를 돌리고 들여다볼수록 볼 게 많고 숨은 이야기가 많다. 고서, 다양한 책, 도자기 등등에서 보위옥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퍼져나간다.


김: 한 번 오면 계속 오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젊은 예술가의 작품도 좋고, 은퇴 작품도 좋다. 시 낭송이나 작은 공연도 좋다. 클라리넷 독주회, 힙합, 연극도 좋다. 다양한 예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임: 작은 공간이지만,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개성이 된다. 그런 취향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보위옥에 오시면 좋아하실 듯하다. 상업적인 작품이 아니라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유행을 좇는 것보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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