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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힙지로에서의 우연한 마주침...책방 ‘노말에이’

책방 노말에이 서지애 대표님 인터뷰

Editor 김진선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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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진선

2023.07.20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 검색만 하면 궁금한 것이 몇 초 안에 해결되며,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콘텐츠도 클릭만 하면 바로 볼 수 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보다, 혼자 영상을 보는 사람도 늘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어찌 보면 당연해진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보고, 또 그 안에서 친밀도를 높이며 예전과는 다른 만남, 다른 소통을 한다. 휴대폰이 필수품 이상의 존재가 됐고, 온라인 속 친구,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런 요즘, 독립서점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온라인 서점, 대형 서점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재미의 책이 숨바꼭질을 하자는 듯이 숨어있다. 운영자의 개성에 따라 책방이 큐레이팅 됐기에, 같은 책이라도 색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귀엽고 깜찍한 굿즈들까지 만날 수 있다. 힙지로라고 불리는 을지로3가에도 독립서점이 있다. 점심시간, 퇴근길, 속상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마음의 쉼터이자 친구가 되어주는 곳이다. 4층에 있지만, 만나러 올라가는 길이 힘겹지 않고 오히려 설렌다. 지금 뛰는 가슴이 계단 때문인지, 설렘 때문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조용하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곳, 아늑하지만 남다른 개성을 지닌 곳. 바로 노말에이다. 노말에이 서지애 대표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힙한 동네 속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우연한 마주침'을 선사하는 노말에이. 존재만으로 묵묵하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를 사귄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진다.


Q. 안녕하세요. 노말에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노말에이는 디자인스튜디오 131WATT(일삼일와트)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2015년 문을 열었습니다. 900여 종의 국내외 서적, 300여 종의 문구류를 직접 큐레이션 하여 밀도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말에이(NOrmal A)는 Normal과 Answer의 조합으로 ‘Normal Answer’(일반적인 대답), ‘NO A’ (A만 정답이 아니다)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발음할 때 ‘노멀’보다는 ‘노말’이 열려있는 느낌을 주어 ‘노말에이’로 이름을 결정했습니다.


Q. 책방을 준비하며 중점을 둔 곳은 어디일까요?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카페나 음식점에서 휴식을 방해받는 일이 많더라고요. 사진을 지나치게 많이 찍거나 영상 촬영 때문에 신경이 쓰여 일행과 대화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희 서점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이야기하기, 서점 공간을 찍는 것은 괜찮지만 셀카, 뒷모습, 책 읽는 포즈를 취하는 등의 사람이 포함된 사진은 촬영할 수 없습니다.


Q. 2015년부터 시작하셨는데, 운영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과 가장 뿌듯한 기억이 궁금합니다.


가장 뿌듯한 기억은 지금 이곳(서울 중구 마른내로 12)으로 이사 오면서 필요한 서점 가구의 도면을 직접 그렸던 일입니다. 물론 가구를 직접 만드는 목수의 조언을 듣긴 했지만, 서점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이곳에 모두 쏟아 낼 수 있었어요. 어떤 가구가 필요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점 입구 겸 카운터에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책등이 없는 Zine(매거진)을 올려놓는 선반, 이동할 수 있는 평대 등을 만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의 오일스테인(도색)을 발라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갑니다.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사람들에게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다른 직업을 존중하는 문화가 예전보다는 안착했다고 느끼는데요. 서점 운영 3년 차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짜고짜 전화로 매출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서점에서 담배를 물고(불은 붙이지 않음) 책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명부, 손소독제 사용하면서 불만을 표내는 이들 때문에 버겁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Q. 온-오프라인을 운영하시다 보니 업무량이 상당할 거 같습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매일 하는 일은 오전에 온라인스토어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택배를 포장 및 발송합니다. 온라인 문의 사항 등을 확인 후 답변하고, 이메일을 열어 출판사의 보도자료를 읽어보고 서점과 어울린다고 판단하면 주문합니다. 재입고가 필요한 책과 상품을 정리하여 발주하고 12시가 되면 서점 문을 엽니다.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며 계산하고 판매된 서적, 문구 등을 채워 넣습니다. 손님이 다녀간 후 어수선하게 흩어진 책을 정리합니다. 책과 상품이 입고 되면 검수하고, 온라인스토어, SNS, 블로그에 새로 들어온 책 소식을 등록합니다.


주기적으로 하는 일은 정산 업무입니다. 두 달에 한 번씩 판매 내역을 정리하여 정산서를 만들고 출판사, 제작자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몇백 팀의 정산금액을 입금하고 계산서 발행 내역을 확인합니다. 택배 발송에 필요한 박스, 에어캡, 테이프 등이 부족하지 않게 주문하고 창문, 에어컨, 계단 청소를 신경 써서 합니다. 서점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이달의 추천 도서’ 평대를 매달 말일에 교체합니다.


Q. 왜 을지로(라 쓰고 힙지로라 읽는 곳)에서 운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디자인스튜디오를 2013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을지로가 익숙한 곳이었어요. 인쇄소를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하므로 2016년부터 을지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곳도 인쇄소 부장님이 부동산을 소개해 주셨어요. 재건축 때문에 이사를 해야 했는데, 7~9개월 넘도록 매물을 봤는데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거든요. 이사 예정일 막바지에 이곳을 소개받았어요. 왜 4층에 있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는데,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책방이 사라져가는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에 책방이 갖는 의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책방이 수요에 비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책방이 갖는 의미를 김초엽 작가의 책 문장으로 대신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좀 더 많은 책이 그렇게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김초엽, 『책과 우연들』, 열림원, 2022, 234쪽>


Q.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든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책방에 이어, 책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래도 언제나 책은 존재할 것이고, 언젠가 독서가 유행이 되는 때도 오리라 생각합니다.


Q.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전 이북을 많이 보는데, 책의 물성 자체와는 다른 느낌이라, 이 친구로 책을 보는 것도 독서일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저, 책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책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할 때 본질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 좋아하는 독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책방을 큐레이션 하는 기준이나 나만의 방식 같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손님이 좋아하는 책과 제가 좋아하는 책의 접점을 찾아 균형 있게 큐레이션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SF소설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데 서점에서는 장르 소설 판매율이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자주 소개하기는 힘들어요. 그리고 판매하는 재화이기 때문에 책의 만듦새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 조판, 책의 외형, 책의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큐레이션 합니다.


Q. 책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책을 읽는 기쁨은 저에게 당연한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 재미’ 때문인데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책을 계속 읽고 좋아하게 됩니다.


Q. 좋아하는 작가나 책도 소개 부탁드려요~


요즘은 천선란 작가, 편혜영 작가의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영채 작가, 박혜미 작가의 그림도 좋아합니다. 최근에 박혜미 작가의 신작 <오늘을 축하해>가 유어마인드에서 발행됐는데 이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생일처럼 기억될 어떤 하루의 기억과,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살면서 또 한 번의 생일을 맞는 이야기의 책인데, 박혜미 작가의 그림은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Q.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꿀팁이 있으실까요


여행 갈 때 책을 꼭 가져갑니다. 곧 휴가철이 다가오면 가볍게 (무게도 내용도)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찾으시는데요. 여행에서 책 읽는 재미는 일상과는 또 다르고, 여행이 그 책으로 기억 남기 때문에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Q.노말에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책, 재미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노말에이에는 소설책으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책 형태와는 정반대의 생김새를 가진 책이 많이 있습니다. 페이지를 모두 펼치면 가로가 3m 36cm나 되는 아코디언북, 모든 페이지를 손수 실로 엮은 책,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책 등이 있는데요. 책의 크기와 형태, 제본 방식, 색의 표현, 종이의 촉감 등은 저자의 의도 또는 메시지를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생김새를 유심히 관찰하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서점에 직접 오셔서 책의 물성을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느껴볼 수 있길 바랍니다.


Q.워크숍이나, 강의 등 노말에이에서 진행되는 재밌는 일상도 공유해주세요~!


한 달에 한 번 워크숍 또는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권뿐인 나만의 콜라주 노트 만들기’ 워크숍을 했었고, 미화출판사, 별책부록, 유물시선, 솜프레스에서 발행한 신간 북토크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행사를 하다 보니 저도 저자와 출판사의 책 제작기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책을 소개할 때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좋은 시간입니다. 다른 업무 때문에 6, 7월에는 행사를 하기 어렵지만 8월부터는 북토크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Q. 노말에이가 동네 분들,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책 읽기 좋은 공간, 재밌는 책이 많은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조용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갈 것입니다.

사진=노말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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