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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맥주 大혼란의 시대, 이대로 괜찮을까?

품절 대란 ‘수제’맥주, is it REAL?

Editor 김태인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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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인

2021.07.22

먹고 마시는 것을 사랑해 드링킷에서 덕업일치를 이루고 있는 에디터.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확산 및 재유행으로 인해 외출과 외식에 또다시 제약이 생겼다. 자유로운 해외여행만큼이나 그리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퇴근 후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즐기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아닐까?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취미가 강제로 사라져버린 기분. 속된 말로 지인들을 꼬드겨 특색 있는 수제 맥주 펍에 들리는 것의 묘미를 한창 느끼고 있었는데 말이다.


편의점 수제 맥주의 호황

지난해부터 외출이 자제되는 상황에서, 수제 맥주 펍에 마음껏 드나드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혼술과 홈(Home)술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고 주류업계 역시 이에 발맞춘 여러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곰표 맥주의 인기를 시작으로, 편의점 수제 맥주를 구입하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상 맥주 리뷰를 위해 편의점을 돌며 공수했던 맥주만 생각해 봐도, 그 종류가 수십 여가지에 이른다. 밀가루, 구두약, 미원, 껌 등 콜라보 콘셉트의 끝이 어디인지를 도저히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된 ‘노르디스크 맥주’는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아맛나’와 협업을 펼친 맥주 출시도 예고된 상황.


각양각색의 패키지를 입은 맥주들.

이처럼 콜라보를 펼치는 편의점 수제 맥주들이 지향하는 재미와 다양성에 집중한 콘셉트는 칭찬해 마땅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로 인해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드는 진짜 수제 맥주가 받을 타격과 저마다의 개성에 집중하는 양조장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크래프트 맥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양조 협회에서는 독립성, 소규모 그리고 지역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지만 비로소 이를 수제 맥주로 취급한다. (독립성 : 외부 자본 비율 33% 미만 유지해야 함 / 소규모 : 연간 생산량 1억ℓ넘지 않아야 함 / 전통성 : 대기업과 다른 혁신적인 맛 제조)


즉, 소규모 양조 업체가 대형 자본의 개입이 적거나 거의 없이 그들 나름대로의 전통적인 형태와 방식을 유지하면서 만든 맥주를 크래프트 맥주, 수제 맥주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최근 편의점에서 만나는 콜라보 맥주들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수제 맥주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상업 맥주와 수제 맥주의 경계가 매우 흐려진 상황. 바로 여기서 ‘편의점에서 만나는 콜라보 맥주 제품을 정말 ‘수제 맥주’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수제 맥주의 재정의

차별화되거나 독특한 재료가 첨가된 것도 아니다. 대형 자본 개입이 적지 않은데도, 버젓이 ‘수제 맥주’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몸집이 비교적 거대한 주류 업체가 대량으로 위탁 생산한 제품들이 편의점 주류 매대를 채우면서 수제 맥주에서 찾아볼 수 있던 고유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부터 주류업계에도 *OEM 제조가 허용되었다. (OEM 제조 : 제조 시설, 생산성을 갖춘 규모의 제조업체에 주문자의 상품을 제조하도록 위탁하는 방식) 이를 통해 수제 맥주의 성장을 기대했었지만, 이미 엄청난 자본을 갖춘 상업 맥주 회사가 OEM 방식을 통해 만든 맥주가 진정한 수제 맥주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편의점 수제 맥주 시장은 맥주의 퀄리티보다 패키지나 콘셉트의 재미를 더 우선시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러한 콘셉트에 충실한 제품이 단발적으로는 수제 맥주에 대한 시선을 끄는 데는 효과적인 방안임은 맞겠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맥주 자체의 퀄리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 관건 아닐까?


또한, 수제 맥주만이 가질 수 있는 맥주의 맛. 즉, 퀄리티에 초점을 먼저 맞추고 나서 여러 방면으로의 성장을 염두에 두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수제 맥주임에도 기존의 맥주와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면, 소비자가 굳이 처음 보는 낯선 맥주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았을 때 수제 맥주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고, 입지도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내실 있는 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수제 맥주의 정체성을 재고해야 할 때이다. 맥주를 선보이는 생산자는 물론이고, 맛이 궁금해지는 맥주를 통해 기쁨을 만끽하는 소비자가 함께 말이다.


생산자는 ‘수제 맥주’라는 카테고리가 왜 별도로 구분된 것인지, 또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은 수제 맥주를 통해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국산 수제 맥주, 어설프지 않은 대란이 계속된다면 없느니만 못한 그저 그런 맥주 출시로 그칠 수밖에 없다.


편의점 수제 맥주에 대한 관계자들의 입장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콜라보 맥주들이 마치 수제 맥주의 대표자처럼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한 관계자는 “다양한 맥주는 결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한 결과 아닐까. 물론 새로운 콜라보 등은 한 번에 그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시도 그리고 재미있는 제품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맥주 시장의 저변이 넓혀졌다는 방증이 아닐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를 그저 SNS 업로드용, 독특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맥주로 생각할까 염려된다. 과연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를 바라봐 줄까.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 있지만, 진지하게 수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에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관계자는 “수제 맥주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캔맥주를 생산하는 것조차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양조장만 가능한데, 정말 영세한 양조장의 경우 이러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OEM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도,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유통망에 진입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한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맥주 네 캔을 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형태가 자리 잡은 현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한, 진정한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더디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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