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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능 안주' 하몽을 아시나요?

하몽 전문점 '하모네꼬' 최다정 오너카버 인터뷰

Editor 김보미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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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보미

2020.09.30

처음 스페인에 갔을 때, 시장에 걸려 있던 돼지 뒷다리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어요. 난생처음 본 하몽의 비주얼에 이끌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지만,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이 감당하기엔 약간 비싼 가격에 뒤돌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에 스페인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하몽을 먹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그런데 얼마 전, 한국에서도 하몽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꼭 스페인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하몽을 안주 삼아 '혼술', 또는 '홈술'을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어찌나 반가운 소식이던지요.


오늘은 하몽을 한 번도 맛본 적 없거나 스페인에서 경험했던 하몽의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마포구에 위치한 하몽 전문점 '하모네꼬'의 최다정 오너카버와 함께, 하몽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하모네꼬'는 어떤 가게인가요?


'하모네꼬'는 하몽 전문점이에요. 스페인어로 하몽 집을 의미하는 '하모네리아'와 '코리아'를 합쳐 '하모네꼬'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여러 등급의 하몽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맛보실 수 있는 한국의 하몽 집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Q. 예전보다 하몽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조금 생소한 음식인 것 같아요. 하몽에 대해 쉽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몽'이라는 단어 자체가 '햄'이라는 뜻이에요. 스페인에서는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고 건조한 것을 하몽이라 부르고 있죠. 쉽게 말해, 돼지 뒷다리를 스페인 방식으로 염장해 만든 햄이 바로 하몽이에요.




Q. 그렇군요. 하몽은 등급별로도 차이가 있지요?


맞아요. 하몽에는 다섯 가지 등급이 있어요. 가장 낮은 등급부터, '세라노', '세보', '세보 데 캄포', '베요타', '베요타 100%'로 나누어집니다. '세라노'는 일반 백돼지로, 나머지 등급은 이베리코 돼지로 만들어진 하몽을 일컫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세보'는 사료를 먹이며 기른 이베리코 돼지, '세보 데 캄포'는 사료를 먹이며 방목하여 기른 이베리코 돼지로 만들어진 하몽입니다. '베요타'와 '베요타 100%'는 모두 도토리 산지에 방목해 기른 이베리코 돼지로 만들어졌지만, 혼혈종과 순종이라는 차이가 있죠.




Q. 가게를 열기 전, 한국과 스페인에서 하몽 카빙을 배우셨어요. 어떤 계기로 한국에서 하몽 가게를 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가게를 열기 전에는 여행사에서 일했었어요. 유럽 쪽을 담당했기에 유럽 출장도 잦은 편이었죠. 그러다 스페인 샤퀴테리(유럽의 가공육) 문화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몽을 너무 좋아해 즐겨 먹었는데, 생각해 보니 한국에는 하몽을 핸드 카빙(고기의 특별한 부분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내는 것)해서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더라고요. 홍콩에는 샤퀴테리 가게가 굉장히 많아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고유한 문화이지만, 홍콩은 다른 문화권이잖아요. 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는 홍콩에서 운영 중인 여러 샤퀴테리 집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Q. 2018년부터 하몽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럽데이 파티에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하몽 카빙 출장을 간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스페인 대사님이 제가 카빙하는 모습을 보시고 '카빙을 잘 한다'고 말씀해 주셨고, 그 이후에는 스페인 대사관 행사가 있으면 항상 제가 가서 카빙을 하게 되었어요. 하몽의 본고장에서 오신 분들이 저를 인정해 주시고, 매번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뿌듯해요.




Q. '하모네꼬'에서는 하몽을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소모임도 만나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사적인 술모임'과 '하몽 테이스팅 클럽'을 운영하고 있어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사적으로 만나서 맛있는 술에 안주를 먹는 모임이 '사적인 술모임'입니다. 다양한 술에 하몽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몽 테이스팅 클럽'은 클래스 느낌에 가까워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 보는 모임입니다. 가게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가장 비싼 하몽이 가장 좋은 하몽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하시는데, 그런 편견을 '테이스팅 클럽'을 통해 깨고 싶었어요.


Q. '하모네꼬'의 시그니처 하몽은 무엇인가요?


'싱코 호타스'의 하몽이 저희 가게의 시그니처예요. 가게를 오픈하고 많은 분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죠.


Q. 하몽 카빙에 있어 특별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요?


하몽을 카빙할 때 중요한 것은, 가장 맛있게 카빙을 하는 거예요. 얇고, 적당한 크기로, 예쁘게 해야 하죠. 저는 한 조각에 육질과 지방이 고르게 분포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가게를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의 취향에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카빙하면 두께와 관계없이 맛있게 드시는 것 같아요.




Q. 하몽을 처음 접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하몽을 처음 드시는 분들에게 항상 이베리코 하몽을 드시라고 말씀드려요. 세라노 등급의 하몽은 약간의 돼지 누린내가 있어요. 또 숙성 기간이 짧다 보니 처음 먹었을 때 짜거나 냄새가 난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이베리코 하몽으로 시작해서, 하몽의 맛에 익숙해지면 등급별로 맛을 보는 것이 좋아요. 이베리코 하몽 중에서도 무조건 최고등급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과일과 함께 곁들인다면 중간 등급 이하로도 충분해요. 물론, 하몽만 드실 거라면 중간 등급 이상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Q. 하몽은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나요?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멜론과 함께 먹는 '멜론 꼰 하몽'이에요. '단짠단짠'의 정석이죠. 무화과나 여름 끝물에 나오는 잘 익은 백도와 곁들여도 맛있어요. 저는 겨울에 홍시와 함께 먹는데, 이렇게 드셔도 좋아요. 과일 뿐 아니라 빵이나 크래커, 치즈 등과도 매우 잘 어울려요. 브리치즈를 살짝 구워 메이플시럽을 뿌리면 정말 환상적이랍니다. 저는 하몽만 먹거나 바게트에 토마토소스를 발라 올려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커피와 곁들여도 좋고요.


Q. 어떤 주류와 궁합이 잘 맞나요?


하몽은 와인을 즐겨 드시는 분들이 선호하는 안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맥주나 위스키, 사케와도 궁합이 잘 맞아요. 막걸리만 제외하면 웬만한 주종과 모두 잘 어울려요. 아, 물론 주종은 개인 취향입니다(웃음). 주종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와인에는 하몽의 단맛이 강조되고, 맥주에는 짠맛이 강조돼요.




Q.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하모네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하모네꼬'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하몽을 그때그때 고를 수 있고, 니즈에 맞추어 포장된 하몽을 받아볼 수 있어요. 제가 '혼술'을 자주 즐기는 편인데, 하몽 60g이나 100g은 너무 많더라고요. 뜯으면 다 먹기도 힘들고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몽을 10g씩 포장하게 되었어요. 맥주 한 캔, 와인 한 잔과 먹기 딱 알맞은 양이거든요. 혼자서도 충분히 하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저희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하모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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