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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어디까지 마셔봤어?

로얄샬루트 21년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을 마셔 봄

Editor 서정준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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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서정준

2023.01.03

술을 무척 좋아한다. 다양한 술의 맛과 향이 주는 재미는 다른 음식보다 더욱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코 닿지 못한 영역이 있었으니 바로 위스키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보통 고가의 술이라고 떠올렸을 때, 5~10만원 선을 생각했다면 술집에서 마시는 위스키는 대체로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혼술, 홈술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위스키도 상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금액이 됐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제주 여행덕분에 면세점에 다녀오면서 위스키를 한 번 구매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봤던 술은 대체로 유명한 술이었다. 로얄샬루트, 발렌타인, 조니워커 등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면세점에만 들어오는 위스키 등은 소식이 알려지고 나면 금세 품절되기 때문이란다. 뭘 살까 하다 고심하던 끝에 병이 예쁜 로얄샬루트 21년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을 구입했다.


당시 구입가격은 한화 약 20만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비싼 술을 샀다는 묘한 감동이 있었다. 사실 약 30만원 정도까지도 예산을 생각했으나, 당시 달러 가격이 1400원 가까이할 시기라 면세임에도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무난한 금액대에서 결정하게 됐다. 에스텐시아 폴로 에디션은 폴로 컬렉션의 4번째 제품으로 아이코닉한 폴로 국가들에서 영감을 얻은 첫 번째 에디션이다. 럭셔리한 라이프 스타일과 이국적인 아르헨티나의 정취를 담았다고 한다.


사실 로얄샬루트는 무난한 맛과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기 때문에 ‘내돈내산’에 적합한 술은 아니라는 평이 많다. 위스키는 종류가 다섯 가지인데 크게 보자면 한 종류의 맥아로만 만든 싱글 몰트냐, 섞어서 만든 블렌디드냐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위스키 애호가들은 개성이 강한 싱글 몰트를 선호하고, 초심자일수록 무난하게 만들어지는 블렌디드를 선호한다고. 마치 커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우선 병을 열고 한 잔 따라보았다. 병을 열자마자 강하게 느껴지는 향은 살짝 카라멜 같고, 또 과일 향 같은 달콤한 향기가 인상적이었다. 달콤한 향기 이후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도수 높은 술에서 나오는 알싸한 풍미도 느껴졌다.


위스키를 먹는 방법은 대체로 스트레이트(그냥 마시는 것), 미즈와리(일본식 용어인데 말 그대로 미즈(水),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얼음에 타 먹는 온더락, 얼음과 탄산수를 섞는 하이볼 등이 있다. 스트레이트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그냥 마셔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혀 안에서 굴려도 금방 독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구마로 만든 증류식 소주 ‘려’조차도 입 안에서 굴릴 때는 독한 느낌이 있었는데 훨씬 부드러웠다. 먹고 난 뒤 입 안에서 화한 느낌은 있지만, 술을 마시며 독하다, 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로얄샬루트 측에 따르면 은은한 시나몬의 풍미, 자두잼과 풍성한 다크 초콜릿의 맛이 돋보인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세심하게 구분하진 못했고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 먹고 나서 뒷맛도 좋은 편이다. 너무 독한 느낌보다는 위에서부터 올라오는 알싸한 느낌과 함께 입 안에서의 여운이 또 한 모금을 마시게 하고 싶었달까. 새롭게 위스키의 세계에도 빠질 것만 같았다.


사진=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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