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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야? 술이야? 독일 언더버그

44도 소화제, 언더버그

Editor 김보미 2022.05.25

Editor 김보미

2022.05.25

유럽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식사 이후에 식후주를 마시는 문화다. 식전주가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술이라면, 식후주는 소화를 돕기 위해 마시는 술이다. 식후주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인 ‘digestif(디제스티프)’ 역시 ‘소화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 ‘digerer’로부터 유래됐다.



식후주의 주재료는 허브다. 속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허브의 쌉싸름한 맛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술이라기보단, 약에 가까운 느낌. 독일에서 온 ‘언더버그’ 역시 그런 스타일의 식후주다.




언더버그는 43개국의 허브로 만들어진 식후주 겸 소화제다. 1846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 번에 마시기 좋은 20㎖의 작은 병에 들어 있고, 자외선으로 인해 내용물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종이로 한 번 더 포장되어 있다. 도수는 44도다.



포장 종이 속에는 맥주병과 비슷한 갈색 병이 들어있다. 작은 뚜껑을 열고 향을 맡아 보았는데, 쌍화탕과 청심환을 농축한 듯한 진한 약초의 향과, 향신료의 쏘는 듯한 향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원래는 뚜껑을 열고 바로 마시는 것이지만, 투명한 잔에 따라 봤다. 한약처럼 진한 색상이 아닌 맑은 갈색빛을 띠고, 물처럼 가볍게 찰랑인다. 용기를 내어 한 모금 마셔 보았는데, 미처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입 안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스키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매운 느낌과 함께 타들어 가는 듯한 화끈함도 느껴졌다. 입 안에 머금은 것을 삼키고 나니 고수나 팔각 같은 향신료의 진한 맛이 혀끝에 남았다.


높은 도수의 술이다 보니, 취기가 훅 올라온다. 하지만 약초가 들어 있기 때문인지 취기가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절반을 마시고 난 후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정말 트림이 나왔다! 높은 도수와 강렬한 맛과 향 때문에 위장에 자극이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자극보다는 속이 뻥 뚫린 듯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독일 출신의 식후주 겸 소화제, 언더버그. 소화 효과가 있긴 하지만, 도수가 높고 맛이 강렬한 탓에 마시기가 쉽지는 않았다. 평소 도수 높은 술을 접해본 경험이 없거나, 알코올에 약하다면 신중하게 생각한 뒤 마시길 바란다.



귀여운 병과 그렇지 못한 맛...!


사진=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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