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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 타이완 비어

여행이 그리울 때

Editor 김보미 20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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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보미

2021.09.20

자유로운 여행이 어려운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돌려 보곤 한다. 현지에서 먹었던 음식이나 마음에 들었던 장소 사진이 나오면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그 음식의 맛,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려 본다.


에디터가 가장 좋아했던 여행지는 대만이다. 대만은 참 독특한 곳이다. 도시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볼거리가 가득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먹자골목이 곳곳에 숨어있다. 홍등이 켜지는 지우펀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에 취할 수 있으며, 바람이 깎아 만든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예류에서는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여행에 대한 열망이 절정에 달해 대만의 습한 날씨까지 그리워하던 중, 한 가지 희소식이 들려왔다. 대만에 다녀왔다면 한 번쯤 봤을 ‘타이완 비어’를 편의점에서 판매한다는 소식! 캐리어를 챙겨 여행 가는 마음으로 편의점에 들렀다.



타이완 비어는 1920년대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대만의 대표 맥주다. 대만 정부 산하의 담배주류공사에서 만들어지는데, 클래식 맥주, 골드메달 맥주, 생맥주를 병에 담아 18일 동안만 마실 수 있는 18일 맥주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오늘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줄 맥주는 타이완 비어 골드 메달. 먹거리, 화장품 등의 품질을 평가하는 브뤼셀의 몬드 셀렉션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맥주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캔 라벨에는 몬드 셀렉션의 로고와 ‘금패’라는 한자가 선명한 붉은색으로 쓰여 있다.



여느 라거 비어처럼 연한 호박색이 감도는 이 맥주. 캔 라벨에도 ‘라거 비어’라고 쓰여 있지만, 탄산이 강력하지는 않다. 묵직하거나 향이 강하지도 않다. 대신, 대만의 덥고 끈적한 날씨와 잘 어우러지는 가벼운 질감과 순한 맛을 지녔다. 쌀을 넣어 양조해서 그런지, 감미로운 홉의 향과 함께 신맛과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소맥에서 느껴질 법한 달착지근한 맛도 살짝 감돌다 사라진다.



시음 평에서 눈치챘겠지만, 타이완 비어 골드메달은 개성 강한 맥주는 아니다.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청량감 가득한 맥주를 좋아한다면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추억을 안주 삼아 홀짝홀짝 마시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길거리에 서서 먹던 대만식 닭튀김 ‘지파이’의 바삭함과 시끌벅적한 야시장의 생기, 차창 너머로 봤던 이국적인 풍경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세상이 우리를 가두는 요즘. 훌쩍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답답할 때, 여행의 낭만이 자꾸만 떠올라 슬퍼질 때. 그럴 때 타이완 비어 골드 메달을 마셔 보자. 순하고 부드러운 맥주가 가져다주는 여행의 추억이, 답답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되어 줄 것이다.


사진=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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