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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속 입으로 빚은 술의 정체

입으로 씹어 만든 술, 쿠치카미자케

Editor 김태인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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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인

2021.04.21

이 글은 영화를 추천하는 내용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오늘의 주인공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 등장하는 ‘쿠치카미자케’라는 일본의 전통주이다. 주인공 ‘미츠하’는 작은 시골 마을의 무녀 가문의 장손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미츠하’는 무녀 가문의 전통에 따라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술을 만드는데, 드링킷 에디터답게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어떠한 원리로 ‘이러한 술’이 만들어지는 것일지 말이다.


쿠치카미자케

사진=사케공구 홈페이지 / '너의 이름은' 영화를 기념한 성지의 술

작품 속에서 ‘쿠치카미자케’는 무녀 ‘미츠하’의 혼이 깃든 귀한 술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신에게 바치는 공물로 사용되는 ‘쿠치카미자케’는 ‘미츠하’와 ‘타키’라는 인물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 술은 쌀을 입으로 잘게 씹고 뱉어낸 다음,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숙성시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먹다 남은 음식을 보관하면 곰팡이가 펴 상하기 십상일 텐데 어떻게 된 일일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 사진 속 성지의 술은 ‘너의 이름은’의 마니아, 그리고 해당 관광지에 방문하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일종의 굿즈다. 실제 작품 내용처럼 입으로 씹어 빚은 술은 아니며(위생상 문제로 인해), 히다 후루카와라는 곳의 쌀과 ‘불로불사의 물’이라고 불리는 우물물로 빚은 준마이긴죠가 담겨있다.


실제로 술이 만들어진다고?

사진=네이버 영화 '너의 이름은' 스틸 이미지

우선, 입으로 술을 빚는 방식은 비단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중남미 지역에서도 사용되었던 전통적인 방식이다. 옥수수나 옥수숫가루 등을 씹어서 뱉고, 이를 물과 섞어 발효해서 만든 음료 ‘치차(chicha)’가 대표적인 예.


일반적으로 당분이 발효 과정을 거쳐 알코올로 변한 것을 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곡류를 주원료로 하여 술을 만들려면, 전분을 당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바로 이때 누룩곰팡이 또는 엿기름(맥아) 같은 발효를 돕는 매개체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이야 당연히 이러한 부가적인 재료들을 넣는 과정을 거쳐 술을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기 이전, 즉 과거에는 쌀을 직접 씹은 다음 침 속에 있는 당화 효소가 작용하도록 해, 전분을 당화시켰다.


결국 쿠치카미자케와 같이 입으로 빚은 술은 입이 양조장의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씹고 뱉은 쌀이나 기타 곡류는 발효 과정을 거치며 알코올로 변하는데, 이때 해로운 미생물은 모두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마실 수 있는 술이 되는 거라고. 믿거나 말거나 - . 지금으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일지라도, 당시에는 최선의 방법을 사용한 술로 보면 되시겠다.


에디터의 주절주절

사진=네이버 영화 '너의 이름은' 스틸 이미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 혹은 이에 변화를 주는 데에는 모두 다 각각의 이유가 있다. 이론상으로 생각해 본다면,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가 씹고 뱉은 쌀로 만들어진 술을 마신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고, 한편으로는 찝찝할 수도 있을 것.


또한 이론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씹는 행위를 통해 쌀이 정말 당분으로 변화가 되었는지 그리고 알코올 발효를 거치면서 음용 가능한 상태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에디터처럼 독특하고 새로운 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쿠치카미자케는 과연 어떤 맛의 술일지 상상해보는 것도 꽤 흥미롭지 않을까?


*본 기사는 김준철 와인스쿨 원장 김준철 님의 답변을 참고하여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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