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바로가기
dim
bar_progress

드라큘라를 닮은 '다크 와인'이 있다?

수확부터 숙성, 포장까지 이 녀석은 어둠의 와인이다

Editor 김태인 2020.07.06

색상 바
색상 바

Editor 김태인

2020.07.06

새로운 술, 재미있는 술을 찾아 헤매는 주정뱅이들의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듣도 보도 못한 아주 특별한 와인을 가져왔다. 이 와인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상황에서 야간 투시경까지 사용하여 철저하게 어둠 속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고 하는데, 와인을 보관할 때 신경 써야 할 포인트가 몇 가지 중 특히 와인에게 치명적인 '빛'을 착안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치 빛을 싫어하는 드라큘라나 박쥐가 생각나는 이 와인, 과연 어떤 녀석일까?




01. 어둠의 와인, 탄생 배경


사진=Untouched By Light 홈페이지

합스부르크 로레인 요한 시대부터 스위스 프랑스계 가문이 와인 창고를 소유하던 시기에 이르기까지 수 세기 동안의 지식을 수집하던 끝에 빛이 닿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영감이 탄생한다. ‘합스부르크 로레인 요한 시대’는 와인의 생산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던 시대, 즉 와인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궁금증이 폭발할 시기였다. 그중에서 슬로베니아의 라드고나 지역, 라드콘스키 고리스 (Radgonske gorice) 와이너리에서 어둠 속 와인이 개발되었는데, 'Untouched By Light' 라 불리는 녀석이 바로 주인공이다.




02. 빛에 따라 와인의 맛이 변한다?


사진=Untouched By Light 홈페이지

해당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에메 리타 교수 Ann C. Noble 이 수행한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간이 짧다 하더라도 와인은 빛에 노출될수록 맛과 향이 변한다고 한다. 또한, 빛에 노출될수록 와인에서 맡아볼 수 있는 새콤한 감귤 향과 같은 시트러스 향이 감소하고, 이취물질이 증가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해냈다고 한다.


'이취'는 식품으로 섭취할 때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악취를 뜻하는데, 장마철에 흔히 맡을 수 있는 곰팡이 냄새 혹은 들짐승의 털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라고 하면 조금 더 와 닿을 것 같다. 이러한 향취가 가득한 와인도 물론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곰팡이 냄새가 나는 와인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기 어렵지 않을까.




03. ‘헉’ 소리 절로 나는 생산 과정


사진=Untouched By Light 홈페이지

이 와인은 만드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둠 속에서 이뤄진다. 포도를 수확하는 것부터 눈앞에 누가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에서 진행되는데, 앞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포도를 어떻게 수확하는 것일까? 바로, 생산자가 야간 투시경을 착용하여 포도를 수확하는 것. (궁서체로 쓸 만큼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생산자들, 자꾸 보니 조금 무섭다.)



사진=라드콘스키 고리스(@radgonske_gorice) 인스타그램

포도를 수확하여 만든 포도주는 99.8%의 검은색 유리병에 담긴 후, 라드고나의 166여 년 된 지하 동굴에서 최대 3년의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후 동굴에서 나올 때 역시 검은 진공 밀봉 팩에 넣어 빛과 공기를 모두 완전히 차단하는 것으로 생산 과정이 끝이 난다.




04. 이 와인,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생산, 수확 그리고 포장까지 거친 이 녀석은 2020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사전 주문 기간인 현재는 정확한 금액대나 다른 와인과의 맛 차이 등 상세한 정보가 많지 않아 에디터 역시 사전 주문 관련 안내 메일 받아보기를 신청해 둔 상황. (존버하는 자가 승리한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생산 과정에서 빛과의 만남을 단절시킨 와인은 과연 어떤 향과 맛을 가졌을지, 와인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