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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초콜릿의 시작, 그리고 변주가 펼쳐지는 곳

카카오다다 고유림 대표 인터뷰

Editor 김진선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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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진선

2020.10.28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도 좋고, 아삭아삭 먹는 식감도 좋다. 과자, 견과류 등 다양한 먹거리와 환상의 콜라보를 낸다. 달콤함과 특유의 쌉싸름한 맛으로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잡은, 초콜릿이 그렇다. 혹자에게 초콜릿은 집앞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파는, 구매하기도 쉽고 먹기도 좋은 주전부리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콜릿의 탄생을 함께, 다양한 변주로 맛과 향을 더하고, 또 남다른 예술혼으로 개성까지 담은 바로 '카카오다다'다.


카카오다다는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빈을 직접 로스팅하고, 갈아서 빈투바, 크래프트 초콜릿을 만드는 곳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초콜릿은 유럽의 대형 초콜릿 업체들이 만든 초콜릿 블록을 녹여서 만든 것이다. 카카오다다는 초콜릿 블록이 아닌, 초콜릿을 직접 탄생시키는 국내 몇 안 되는 전문업체인 것이다. 게다가, 초콜릿과의 콜라보로는 생소한 쌀, 박하, 생강, 고추 등을 넣는 실험적인 도전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발라먹는 카카오, 마시는 카카오 등, 끝없는 변주를 펼치고 있다. 카카오다다의 대표 고유림 대표에게 카카오의 시작, 그리고 변주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하 고유림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카페 이름 '카카오다다'의 뜻은 무엇인가요.


"'dadaism(실험적인 초콜릿)', 'DAilyDAily(생활 속의 초콜릿)', '다다(多多)(다양한 초콜릿)'라는 다양한 의미를 '다다'라는 표현으로 담았어요. 순우리말 '다다'는 '아무쪼록 힘 미치는 데까지' 라는 뜻인데, 저희가 크래프트 초콜릿을 대하는 마음도 담겨있답니다."


Q.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카카오다다는 2016년에 bean to bar(이하 빈투바)전문 업체로 전향하면서, 새롭게 만든 브랜드예요. 2010년부터 쇼콜라에오브제(Chocolat & Objet)라는 브랜드로 흔히 프랄린/봉봉이라 불리는 초콜릿과 빈투바 초콜릿들을 만들었어요. 실험적인 시도를 했고, 초콜릿과 '먹는 문화'를 어떻게 하면 더 친숙하게 정착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Q. 빈투바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cacao bean to chocolate bar 라는 의미예요. 직접 카카오빈을 로스팅하고 갈아서 초콜릿까지 만드는 업체들을 지칭합니다. 초콜릿은 카카오로부터 만들어지지만, 대부분의 초콜릿 가게들은 유럽의 대형 초콜릿 업체들이 만든 초콜릿 블록(흔히 커버춰)을 녹여서 만들거든요. 저는 최고의 초콜릿은 원재료인 카카오를 직접 가공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해 보이는데 국내에는 몇 군데 없거든요."


Q. 그래서 초창기에는 더 힘드셨을 거 같아요!


"요즘에는 업체가 조금씩 생겨나지만, 처음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한 2011년 경에는 카카오빈부터 기계까지 어느 하나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요즘도 늘 어렵다는 생각 속에 있고요. 흔히 '수제' 초콜릿이라 불리는 고급 초콜릿 시장이 보이는 것 만큼 큰 시장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커버춰를 활용한 봉봉과 초콜릿을 같이 만들었어요.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 ‘이럴 거면 하고 싶은 것이라도 시원하게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카카오다다를 준비했어요. 한 1년간 준비해서 2016년 6월에 카카오다다를 연 거고요."




Q. 그래서 카카오다다 초콜릿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빈투바초콜릿,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나요.


"빈투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카카오빈의 선별-로스팅-탈피-그라인딩-숙성 과정이 필요해요. 저희처럼 소규모로 제조하는 곳이라도 최소 100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한 종류의 싱글 오리진 초콜릿을 만드는데에도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과정에서 로스팅 시간이나 그라인딩 시간, 온도와 날씨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힘들기도 해요."


Q. 빈투바/크래프트 초콜릿이 카카오다다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표님이 생각하는 '빈투바초콜릿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초콜릿 메이커에 따라 달라지는 맛'이요. 초콜릿 메이커의 의도에 따라 산지별 카카오빈이 타고 나는 과일, 견과류 등의 풍미를 살려낼 수 있답니다."


Q. 카카오빈의 원산지를 보면, 가나. 도미니카공화국. 페루. 에콰도르. 마다가스카르 등이 있어요. 맛이 다른건가요. 특징이 궁금합니다.


"원산지에 따라 초콜릿의 '맛과 향'이 달라져요. 초콜릿바 뒷면에 있는 '테이스팅노트'를 통해 설명해 드리고 있죠. 도미니카공화국은 견과류, 감귤류의 과일, 에콰도르는 아몬드, 퍼지, 허브와 꽃향이에요. 마다가스카르는 붉은베리류의 과일, 페루(밀크)는 커피, 꿀, 토스트한 빵이고요. 가나는 클래식한 초콜릿, 견과류예요. 개인의 입맛이나 테이스팅 환경에 따라 조금씩 느끼는 맛은 다를 수 있어요."




Q. 마시는 카카오가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마시는 카카오, 어떻게 마시면 되나요? 주류나 탄산, 음료를 곁들여서 먹어도 좋을까요.?


"마시는 카카오는 일반적으로 코코아 파우더나 초콜릿을 녹여 만드는 초콜릿 음료와 다르게, 카카오빈을 로스팅한 후 거칠게 갈아낸 입자 상태의 카카오빈을 재료로 해 만든 음료예요. 오랜 시간 그라인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카오빈 생두 상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발효 풍미와 산지별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죠. 집에서 편하게 타 드실 수 있도록 원액 형태로도 판매하고 있어요. 간단하게 우유에 타서 핫, 아이스 카카오로 즐기실 수 있고요. 저희는 이 음료를 딱히 주류와 블렌딩 하지 않는데, 카카오빈의 솔직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음료예요. 기본적으로 발효된 맛이 있기 때문에 간혹 술이 들어갔는지 묻는 분이 있을 정도로 와인같은 풍미도 가지고 있어요."


Q. 마시는 카카오에서 발라먹는 스프레드도 있는데, 카카오가 이토록 변주할 수 있는지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발라먹는 카카오닙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희가 판매하는 초콜릿 스프레드&카카오닙스 스프레드는 부드러운 캐러멜소스를 베이스로 빈 투바 초콜릿과 카카오닙스를 첨가해서 만들어내요. 들어가는 초콜릿과 카카오닙스에 따라 테이스팅노트가 달라지고, 빵에 발라먹을 수도 있지만, 데워서 소스로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스프레드는 조만간 초콜릿크림or소스라는 이름으로 재출시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Q. (비건)이라고 쓰인 초콜릿도 있던데, 비건이 가능한가요?


"저희 빈투바 초콜릿의 경우 다크초콜릿은 카카오빈과 설탕만 들어가기 때문에 비건에게는 무척 좋은 디저트라고 생각합니다. 밀크가 아닌 다크를 드신다면 유제품을 피하는 비건도 가능합니다."


Q. 홈페이지 사진과 분위기, 초콜릿의 디자인 등 감각적이고 독특한 매력이 독보적입니다. 혹시 카카오다다 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카카오다다는 윤형원, 고유림 저희 두 사람의 손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제가 회화를 전공해서 제품 디자인과 패키지, 홈페이지 디자인 등을 직접 하고 있고요. 빈투바 초콜릿을 좀 더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담고 싶어, 기존에 없던 패키지나 제품들을 만들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Q. 빈투바 초콜릿 입문자에게 '카카오다다'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어떤 건가요.


"처음 빈투바 초콜릿을 드시는 분들이라면 여러 가지 싱글오리진 초콜릿을 드셔보시고 자기 취향에 맞는 초콜릿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저희는 빈투바 초콜릿을 처음 드셔보시는 분들을 위해 ‘빈투바 테이스팅 키트’와 '빈투바데일리키트' 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테이스팅키트'는 초콜릿항공권이 들어있는 세계여행 컨셉의 패키지로 현재 판매하고 있는 다섯가지 싱글 오리진의 빈투바 초콜릿을 한 개씩 드셔보실 수 있어요. 일등석 항공권 티켓에 적혀있는 테이스팅 노트와 테이스팅방법을 참고해 혼술할 때 드시기에 적합한 제품입니다. '빈투바데일리키트'는 다섯 가지 싱글오리진이 4개씩 총 20개의 미니바가 들어있어 사무실 책상에 놓고 매일 먹기 좋은 제품으로 선물하기도 좋고 여럿이 나눠 먹기도 좋아서 저희 가게의 베스트셀러입니다."


Q. 쌀, 박하, 생강, 고추 등을 넣어 만드는 카카오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강엔 붉은 베리를 더했고, 마다가스카르 70%. 고추엔 페루 54.8%_다크밀크, 박하엔 빈투바초콜릿: 페루54.8%, 쌀엔 가나 70% 등으로 재료마다 카카오 원산지가 달라지는데 이유가 있나요?




"매년 11월 11일마다 '농민의날'을 기념해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토종작물들을 재료 삼아 초콜릿을 만들고 있어요. 카카오빈이라는 농장물의 특성 상 원재료가 나고 자라는 산지가 멀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거든요. 저희는 '마르쉐'라는 농부 시장에 꾸준히 나가고 있는데, 그곳에서 농부님들과 정직하게 재배한 좋은 농작물들을 만나 흥미가 생기게 되었어요. 특히 토종 쌀이나 토종밀, 생강, 박하같이 우리나라에만 자라고 맛도 탁월한 농작물들이 많아요. 농부님들이 제철에 수확한 농작물을 보내주시면 직접 세척하고 말리고 가공해 초콜릿에 넣어요. 매칭하는 빈투바초콜릿은 저희가 가진 모든 싱글오리진에 넣어 테스트해보고 맛이 부딪히지 않고 제일 잘 어울리는 싱글오리진으로 결정합니다."


Q. 혹시, 초콜릿과 마시기 적합한 주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초콜릿은 대부분 술과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빈투바 초콜릿의 경우 초콜릿 자체의 맛이 강하기 때문에 위스키같은 도수가 강한 술에도 잘 어울립니다. 예전에 크래프트비어 편집숍과 콜라보레이션을 한 적이 있는데, 위스키통에서 발효시킨 흑맥주가 저희 페루54.8% 다크밀크초콜릿이나 솔티드 초콜릿 캐러멜과 무척 잘 어울려서 그 조합으로 리미티드 에디션 세트를 판매한 적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카카오酒(술)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가능한가요)


"아직 저희가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남미에 카카오 여행을 갔을 때 초콜릿 가게에서 카카오술이 종종 보입니다. 그때 사 온 카카오술이 있긴 한데 아까워서 아직 먹어보진 못했네요(웃음). 술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겠지만, 카카오빈은 역시 초콜릿으로 만들어 먹을 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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