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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홀짝홀짝 마셔보자!

이색 카페 망원 다다랩

Editor 이현정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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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현정

2022.12.19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오묘한 감정,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입으로 내뱉는 순간 그 감정이 눈처럼 사르르 녹아 버릴 거 같아, 그냥 함구해 버리고 말았던. 이런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너무 좋기에 마음속에 간직하려고 한 번 삼키고, 말하기엔 낯이 너무 간지러워서 한 번 더 삼키고. 이렇게 삼키는 감정과 표현의 맛은 과연 어떨까, 생각해본 적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좋아하는 문장 구절을 맛으로 느껴볼 수 있는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가파른 지하 계단을 내려간 후, 온몸으로 힘껏 밀어야만 열리는 비밀의 문이 등장한다. 여느 힙플레이스처럼, 약간은 어지러우면서도 오묘한 조화를 담은 공기가 가득한 공간에 어느새 발길이 닿았다.


점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일행과 함께 메모가 가득한 계단 아래에 착석했다. 편지가 날아드는 해리포터의 계단 아랫방처럼,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이 적어 놓은 문장들이 빼곡하다. 그 아래에서 나도 연필을 빼 들었다.



#작업지시서를 쓰다-문장블랜딩 특별메뉴


다다랩에는 일반 음료 메뉴도 있지만, 카페에서 ‘작업지시서’를 쓸 수 있는 특별한 오더메이드가 있다. ‘문장블랜딩’이 바로 그 메뉴. 비치된 작업지시서에 문장을 적어서 제출하면 재해석된 문장으로 음료를 만들어준다. 모든 음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커피, 칵테일, 차 등이 가능한데, 내 픽은 티블랜딩이었다. 미리 준비한 문장을 끄적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한 번 깼다가 다시 자는 잠이랑 이불..”은 과연 무슨 맛?


다른 작업이 밀려 30분가량 걸린다는 안내를 받은 후 내 앞에 도착한 나만의 블랜딩 티. 거창한 의미가 있는 문장은 아니고 도착하기 직전에 인터넷 검색하다 뭔가 마음을 끌었던 문구...P가 그렇지 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한 번 깼다가 다시 자는 잠이랑 이불..”은 과연 어떤 맛일까. 티는 나무 트레이에 마른 나뭇가지들과 함께 서정적인 느낌으로 담겨 나와 분위기에 젖어버렸다. 작은 잔에 뜨거운 상태, 그대로의 차를 맛보고 얼음이 담긴 큰 잔에 원하는 만큼 넣어서 마시는 방식이었다. 티로 재탄생한 문장을 마주하자, 기분이 묘해졌다. 차를 잘 즐기지 않는 나에게도 깔끔한 목 넘김과 포근한 듯한 달달함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차를 마실수록 정말 따스하게 이불 덮고 다시 자는 기분-


#블랜딩 노트: 레몬(LEMON), 모스카텔(MOSCATEL), 봉황 단총, 밀크 우롱, 헤면 밤, 매화, 라벤더, 재스민, 캐모마일, 초콜릿


작은 종이에 블랜딩 노트를 적어주는데, 차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마치 마법 물약을 만들어준 것 같은 신기한 조합이었다. 봉황 단총이 뭐예요? 봉황 꼬린가?(*중국의 우롱차)


#다-다 있어서 다다랩인가


문장 블랜딩을 제외하고서라도 다다랩은 한켠에선 리사이클링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고 독서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다양함을 머금은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사이드 메뉴 역시,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놓치지 않은 매력이 듬뿍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다음에는 문장 블랜딩 칵테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또 방문해야지~


다다랩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5길 17 지하 다다랩

:: 내가 쓴, 혹은 내가 가진 의미 있는 문장을 음료로 다시 만나게 해주는 즐거움은 특별함 그 이상.


사진=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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