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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포금쌀의 달큰한 생기, 팔팔막걸리

팔팔양조장 정덕영 대표 인터뷰

Editor 김보미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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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보미

2022.08.04

쌀의 고장, 김포에 터를 잡고 막걸리를 빚는 이들이 있다. 맛 좋기로 유명한 김포금쌀로 만든 이 술은 신선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그야말로 ‘팔팔한’ 맛을 자랑한다. ‘쌀 한 톨은 밥상 위에 올라오기까지 농부의 손을 여든 여덟 번 거치는 곡식’이라며 쌀을 귀히 여겼던 옛 선조들의 마음으로 막걸리를 빚고자 하는 ‘팔팔한’ 열정이 녹아 있는 곳, 팔팔양조장의 정덕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2021년 세 명의 젊은 양조인이 의기투합해 창립한 팔팔양조장. 이곳의 대표 술은, 양조장의 이름을 딴 팔팔막걸리다. 적당한 당도와 산미,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질감, 깔끔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잘 발효된 원료에서 오는 풍미와 질감이 막걸리 병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매력적이다. 참외와 청포도, 감귤 등 달착지근하고 향기로운 과일의 맛도 느껴진다.


팔팔막걸리는 원료 본연의 맛 뿐 아니라 지역의 가치까지 담고 있는 술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곡창지대 중 하나인 김포의 특등급 김포금쌀만을 사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양조장 창업을 결정한 후 전국 방방곡곡의 쌀로 술을 빚어 보았다는 정덕영 대표는 김포의 정미소를 방문한 후 이곳의 쌀을 막걸리의 주재료로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김포금쌀’이란 브랜드명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뒤 지금도 미질을 지켜오고 있는 신김포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의 쌀로 막걸리를 담는다는 그는 “양조인에게 신뢰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원료를 받는 것만큼 큰 행운은 없죠. 작황이나 보관상의 문제로 인한 품질 저하 등은 원료의 고유한 맛을 담아내는 막걸리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이에요. 신김포농협 RPC의 쌀은 품질 균일성이 좋습니다. 쌀을 수매하는 과정부터 저장, 도정 및 납품까지 전 과정이 엄격하게 진행되거든요. 최상의 품질이 늘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이에요.”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렇다면, 김포금쌀로 빚은 막걸리는 다른 쌀로 빚은 막걸리와 어떤 점에서 다를까. 정덕영 대표는 감미를 그 차이로 꼽았다. 그는 “김포의 추청은 타 지역의 추청과 달리 술을 빚었을 때 단맛이 우아하게 납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김포의 추청으로 빚은 술은 첫 입부터 단맛이 느껴지기보다는 달콤함이 천천히 올라오면서 은은하게 퍼져나갑니다.”라고 덧붙였다.




팔팔막걸리에는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이 달콤함의 비결 역시 쌀이다. 원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한 단맛을 내기 위해 물보다 쌀이 더 많이 들어간다. 쌀의 함량이 물보다 높아지니 자연히 쌀의 달콤함이 깊고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 쌀의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은은한 과일향은 과실에서 느껴질 법한 당도와 산도의 비율을 막걸리에서 구현해낸 것이 그 비법이다.


생막걸리는 유통과정이나 가정에서 보관 시 맛의 변화 폭이 큰 편이다. 그러나 팔팔막걸리는 유통기한 내 맛의 변화가 거의 없다. 숱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맛의 변화 폭이 적은 방향으로 발효했기 때문이다.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언제나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팔팔막걸리만의 매력이다.




팔팔막걸리를 만들 때, 양조장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은 ‘속도’다. 팔팔막걸리는 효소와 효모가 가장 활성화된 발효 초기에 빠르게 적정 수준까지의 발효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팔팔막걸리를 첫 출시한 3월부터 그해 10월까지, 발효 초기 이틀간은 밤을 새며 30분마다 발효 상태를 체크하며 가장 좋은 맛을 내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는 정덕영 대표는 “지금은 좋은 맛, 혹은 그렇지 않은 맛이 나는 원인과 결과를 찾아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도 맛있는 팔팔막걸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어요. 여전히 집에는 늦게 가긴 하지만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팔팔양조장의 열정이 담긴 이 막걸리. 어떻게 마셔야, 무엇을 곁들여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정덕영 대표는 ‘88Tonic & lime’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권했다. 양조장에 손님을 초대하면서 웰컴 드링크 개념으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뜨거워 양조장 SNS에까지 소개되었던 바로 그 칵테일이다.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운 뒤, 팔팔막걸리와 토닉워터를 1:1 비율로 넣고 젓는다. 여기에 생 라임을 조각내어 즙을 짜 넣고 가니쉬하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지만, 맛은 훌륭하다. 팔팔막걸리의 상큼함과 토닉워터의 톡 쏘는 탄산, 산뜻한 라임향이 어우러진 여름의 맛이다. 안주에 대해서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술을 마시는 데 안주는 배만 부를 뿐입니다.”


팔팔양조장의 양조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덕영 대표, 박영두 실장, 이한순 이사.

“팔팔막걸리를 기획하면서 이전에 만들어낸 제품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영혼과 몸을 갈아넣어’ 노력하고 연구해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답한 정덕영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팔팔양조장의 목표를 물었다. 팔팔양조장에서 키워낸 쌀과 직접 배양한 효모로 술을 빚는 것, 더 나아가 원료의 가치와 지역의 가치를 담아낸 술을 만드는 멋진 양조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의 답변엔 막걸리와 양조장, 그리고 김포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 자부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사진=팔팔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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