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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당신에게

음악 큐레이션 유튜버 '맬러리 뮤직' 인터뷰

Editor 김보미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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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보미

2020.12.23

음악이 없는 삶, 상상할 수 있나요?


우리는 때때로 가까운 친구나 가족보다 음악으로 위로나 힘을 얻곤 해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아마도 음악이 없는 삶은 볕이 들지 않는 것처럼 삭막하고, 차가울 거예요.


코로나19의 여파로 혼란스러웠던 2020년을 떠나보내며 2021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힘들었던 올해, 감성까지 메말라버린 여러분을 위해 음악과 함께하는 따뜻한 만남을 준비했어요. 남다른 감성과 독특한 콘셉트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음악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유튜버 '맬러리 뮤직'님과 함께, 음악과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맬러리 뮤직 님! 자기소개 및 채널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맬러리 뮤직'을 운영하고 있는 임광빈입니다. '맬러리 뮤직'을 통해 세상에 있는 좋은 음악들을 다양한 테마로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채널을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되었고요."


Q. 어떤 계기로 음악 큐레이션 채널을 운영하게 되셨나요?


"저도 여러 플랫폼에서 좋은 음악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었어요. 당시에는 국내 감성 힙합 쪽을 많이 들었는데, 우연히 제가 찾던 장르의 곡들을 모아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저랑 같은 취향이 있는 사람을 만나니까 반갑고 신기하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플레이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올리는 채널은 거의 없었어요. 곡을 단순히 모아둔 '믹스'의 개념이 컸죠. 저도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음악들을 공유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영상을 올리면 댓글로 다른 느낌의 플레이리스트를 신청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났고, 저는 그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상들을 만들게 되었죠."


Q. 맬러리 뮤직만의 큐레이션 기준이 있나요?


"채널을 운영하면서 변하지 않는 기준이 있어요. 음악을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뚜렷한 이미지가 있는지 여부예요. 이외에 다른 기준은 정해두지 않았어요. 물론 음악은 듣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 이미지는 되도록 듣는 분이 바로 공감할 수 있도록 보편적이어야 하죠. 예를 들어 테마가 우주라면 음악을 듣고 쉽게 우주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 게 포인트예요. 이 부분을 구독자 분들이 맬러리 뮤직의 시그니처로 여겨주신답니다. 혼자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기준이 많아지고 엄격해지면 오히려 틀 안에 갇힐 것 같아 스스로 경계하는 편이에요. 정해진 기준의 중심에서 꼿꼿히 있으려 하기보다는 되도록 엣지에 서서 유연하고 새롭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렇게 해야 상관관계가 아예 없어보이는 것들 사이에서도 교집합을 찾을 수 있고 하나의 테마로 묶을 수 있는 것 같아요."


Q. 음악 큐레이션 과정이 궁금합니다.


"시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받은 선명한 인상을 기억해 두었다가 콘셉트로 정하는 경우가 있고, 좋은 그림이나 사진, 영화 같은 예술 작품을 일상에서 접하고 나서 머릿속에 남아있는 심상을 주제나 제목으로 활용하기도 해요. 주제가 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어울리는 음악들을 새롭게 찾거나, 개인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었던 곡들을 다시 들어보기도 하죠. 언제 어디서 딱 맞는 곡을 발견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여러가지 음악을 폭넓게 들어본답니다. 이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판단이 되면 그 때는 적절한 선에서 완성시키기도 해요. 새로운 음악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맬러리 뮤직의 '여유롭고 잔잔한 감성 팝 음악 with 에드가 드가'의 썸네일로 쓰인 에드가 드가의 '벨렐리 가족'(1867).


Q. 맬러리 뮤직 채널에는 ‘OK목장의 마지막 남은 총잡이’, ‘우주유영’등 감각적인 제목의 영상이 많아요. 구독자들도 특유의 제목 센스에 감탄하더라고요. 제목을 지을 때에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영감이라고 표현하기 좀 쑥스럽지만, 영화 등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얻는 편이에요. 직·간접적으로 접한 것들을 이미지화 하고, 그것을 다시 제목으로 텍스트화 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예를 들어 ‘OK 목장의 마지막 남은 총잡이’의 경우 서부극을 현대적으로 그린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2016)’의 공간적 배경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우주유영'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주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Q. 오직 맬러리 뮤직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살롱 드 맬러리(명화와 팝 음악)’는 그림과 음악을 동시에 큐레이션하는 코너예요. 이 코너를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 곰브리치의 저서인 ‘서양미술사’를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지인이 지금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 명화를 곁들여 보면 어떻냐고 제안해 줬죠. 저 역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터라, 그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미술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클로드 모네 편을 만들다 보니 어쿠스틱한 팝 음악과 인상주의 작품이 감성적으로 묘하게 어우러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많은 분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르누아르, 드가, 클림트 등을 주제로 지금까지 연재하고 있어요.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미술사조나 화가들을 알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성취감이 커요."


사진=unsplash


Q. 개인적인 음악 취향이 궁금해요. 이제까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플레이리스트 중 그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음악보다는 특정 장르나 인지도에서 벗어나 좋은 음악을 색다른 콘셉트로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채널 운영 초창기를 제외하고 힙합 장르를 소개한 적은 거의 없어요. 채널의 재생목록 탭에 가보면 힙합/R&B 장르로 채널 운영 초반에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요. 여기서 소개된 음악들이 개인적인 취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요즘에는 어떤 음악을 자주 듣나요?


"최근에는 해외 브랜드의 패션쇼에 쓰이는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어요. 이쪽 분야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각 브랜드마다 지향하는 패션이 다른 것처럼 쇼에서 쓰이는 음악들도 굉장히 다채롭고 감각적이거든요. 그런 감각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올 봄에 공개된 생로랑 women-winter 쇼에 쓰인 SebastiAn의 사운드트랙이 있는데, 미래지향적인 쇼의 콘셉트와 음악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루이비통 쇼에 쓰인 혁오의 'Silverhair Express'도 요즘 자주 듣는 곡 중 하나예요."


Q. 개인적인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진 적 없었던 인생 곡이 있나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인생 곡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시간이 흘러도 자꾸 생각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노래를 인생 곡이라고 한다면, 저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Reflection'을 고르고 싶어요.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는 곡이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사운드트랙이라 그런지 동심과 향수를 불러 일으켜줘서 들을 때마다 편안해진답니다."


사진=unsplash


Q.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 중, 구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요?


"조회수를 기준으로 보면, 채널 초기에 업로드했던 잔잔한 팝 음악 플레이리스트예요. 조회수 대비 '좋아요' 수나 댓글 수가 많은 영상이 있는데, 대체로 레트로나 빈티지를 테마로 한 영상 입니다. 아무래도 최근 불었던 뉴트로 열풍이 리스너 분들에게 영향을 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요즘 음악 큐레이션 채널의 댓글 창을 읽다 보면, 음악에 꼭 맞는 짧은 소설을 써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음악과 잘 어울리는 본인의 경험담을 마치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듯 댓글로 작성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맬러리 뮤직 채널에 달렸던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댓글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을 정도로 개성 넘치고 또 감성적인 분들을 많이 뵙게 돼요. 맬러리 뮤직에 업로드 된 영상 중, 놀이공원을 테마로 만든 플레이리스트가 있어요. 이 때 제목 짓기가 너무 어렵고 시간도 부족해서 '놀이공원'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댓글에 어떤 분께서 '첫 곡 듣자마자 이미 내 한 손에는 로티로리 팝콘 통이, 다른 한 손에는 아이스 슬러시 컵이···'로 시작하는 글을 20줄 정도 적어주셨어요. 영상을 만들 때 이런 느낌을 떠올리며 만들었는데, 댓글을 보고 정말 신기했어요. 별다른 설명 없이,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만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죠."




Q. 때로는 어떤 안주보다도, 좋은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실 때 큰 행복감이 밀려오기도 하죠. 맬러리 뮤직 님이 생각하시는 음악과 술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음악과 술이 함께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 같아요.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술과 함께할 때면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되잖아요? 또 술을 마실 때에도 음악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정말 크죠. 저도 술보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아 종종 방문하는 조그만 바가 있거든요. 이것만 봐도 술과 음악은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Q. 맬러리 뮤직 님에게 영감을 주는 술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와인인 것 같아요. 원래 좋아하는 술이기도 하고요. 와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럽고 포멀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의 역사나 와인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은 나라들에 관한 에피소드도 종종 찾아보곤 해요. 이런 식으로 하나의 소재를 매개로 해서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좀 더 열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새로운 음악을 접할 때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와인에 대해 파고들기엔 아직 용어도 많이 생소하고 브랜드도 다양해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여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더라고요. 좀 더 친해지고 나면 맬러리 뮤직을 통해 관련 플레이리스트로 꼭 한번 소개하고 싶어요."


Q. 공개된 플레이리스트 중 와인, 맥주 등의 주류와 특별히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주세요.


"술을 마시는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제 채널에 게재된 '늦은 밤 분위기에 빠져드는 짙은 소울의 R&B'이라는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요즘처럼 외출이 힘든 시기에 집에서 즐기는 와인 한 잔과 딱 맞아 떨어질 것 같아요. 첫 곡이 Masego(마세고)의 'Black Love'인데 들으면 아마도 느낌이 바로 올 거예요. 영상 속 배경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의 도시 풍경으로 골라봤어요. 전반적으로 서늘한 분위기죠? 고뇌하는 남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어떤 분이 ‘혼술에 안주거리를 찾은 느낌’이라는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했답니다."


Q.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모두 집에서 보내시는 분들이 많아요. '홈술'이나 '혼술'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그럴 때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요?


"올해 연말은 코로나19 여파로 마냥 설레고 즐겁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최근 제 채널에 크리스마스 플레이리스트를 업로드 해 두었어요. 예년과 다르게 차분한 분위기의 플레이리스트죠. 은은한 조명 밑에서 부드러운 와인 한 잔, 또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이 음악들을 들어 보시면 감성 충만한 성탄절, 연말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거예요."


사진=unsplash


Q. 2021년 맬러리 뮤직 채널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는 사실 음악적으로, 그리고 채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느라 많이 헤맸어요. 내년에는 좀 더 주기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구독자 분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싶어요. 저 혼자 이끌어가는 채널이 아니라,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채널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어떤 채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음악 채널이 되고 싶어요. 세상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들을 새로우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성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다행히 이런 노력을 알아주시는 구독자 분들이 계셔서 너무나도 감사해요. 요즘처럼 삭막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꾸준히 좋은 예술 작품을 찾고 또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하잖아요. 그런 요구에 대답할 줄 아는 채널이고 싶고, 나중에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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