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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먹어볼랭] 세월을 담아 빚은 만두, 개성만두 궁

이렇게나 두툼하고 맛있는 만두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Editor 김태인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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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인

2022.02.22


편집자주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베스트셀러 ‘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잊지 못할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링킷 에디터들이 나섰습니다. 지극히 대중적이고 평범한 우리에게도 감동을 선사할법한 맛인지 말이죠. 미쉐린 가이드 맛집, 우리가 간다!

6년간 미쉐린 빕구르망에 등재된 가게가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쾌거를 얻은 가게. 종로구 인사동의 골목에 위치한 ‘개성만두 궁’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1970년 개성 출신 할머니를 시작으로, 딸 그리고 손녀가 이를 계승해 3대째 영업 중인 이곳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었을까?




한국적인 멋이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종로구 인사동을 거닐다 보면, 단정하면서도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한옥 한 채를 발견하게 된다. 그 한옥의 널찍한 창문 바로 안쪽에서 쉼 없이 만두를 빚는 손길이 보인다. 빠르지만 정확하게, 계속해서 먹음직스러운 만두를 빚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만두 맛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드링킷 팀은 고기와 김치만두를 반반 섞은 만두전골 2인 그리고 파전을 주문했다. 만두전골은 맑은 국물과 매콤한 국물 중에 선택할 수 있어, 맑은 국물을 택했다.


보글보글 끓는 중인 만두전골.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행복함과 동시에 너무나 괴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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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밑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동치미가 전부인데, 이는 모두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김치를 만들 때,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고 약간은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개업 초반에는 다소 낯선 김치 맛을 선호하지 않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바로 그 ‘낯선 김치의 맛’은 점차 이 가게의 매력이 되었고, 개성만두 궁의 상징이 됐다.



함께 주문한 파전이 나오자, 두툼한 두께에 ‘헉’소리가 절로 났다. 두툼한 파와 큼지막하게 썰린 오징어가 이곳저곳에 보이는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전은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는 극강의 비주얼을 자랑한다. 파전에서는 파의 매운 향과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씹을수록 단맛이 돌아 식욕을 돋우는데 한몫 했다.



파전을 먹으며 만두전골이 끓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자, 이제 먹어볼까?

만두소에 배추와 숙주나물을 아낌없이 넣은 덕에, 삼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특징적이다. 또, 두부와 계란 등의 재료도 들어있어 담백함도 모두 잡았다. 얇은 만두피 덕에, 안 그래도 꽉 차 있는 속 재료가 더 많아 보인다. 고기만두이지만, 기름지거나 더부룩한 맛이 거의 없고 오히려 두부의 맛이 많이 느껴졌다. 얼핏 생각했을 땐, 두부와 닭가슴살을 섞은 것 같은 식감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반을 갈랐더니, 푸짐하게 들어있는 만두 속 재료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팀원들 모두 김치의 맛이 특별히 입맛에 맞지 않다고 느끼지는 않았으나 다소 싱거운 느낌이 들기는 했다. 만두와 김치를 함께 먹어도 서로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로 표현하면 알맞겠다. 김치와 깍두기도 모두 직접 담그기 때문일까, 김치만두에서는 어린 시절 집에서 빚곤 했던 만두와 같은 친근한 맛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개성만두 궁의 김치를 처음 맛봤을 때는 이전에 먹어본 김치만두와는 달리 상당히 심심한 맛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기만두에서 느낄 수 없는 은근한 매콤함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김치의 식감이 돋보인다. 김치 특유의 맵고 짠맛이 아닌, 고기만두에 조금의 김치를 더해 맛을 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사장님께 미쉐린 가이드 - 빕구르망에 6년째 선정된 소감, 그리고 개성만두 궁이 끊임없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물었더니 이와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가게에 자주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것을 감내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늘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것을 믿고 드신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있다. 그리고 할머님께서 저에게 비법을 전수해 주실 때 “너와 네 딸이 먹을 수 있게만 만들어라”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 가게를 운영할 때 늘 이를 가슴속에 새기려고 한다.”


신선한 재료들을 버무려, 매일같이 빚어내는 속이 꽉 찬 만두와 양지를 고아 만든 육수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개성만두 궁의 만두전골은 매서운 추위가 옷깃을 파고드는 요즘 같은 날씨에 먹기에 아주 알맞다. 특히 어르신과 함께 방문하면 더욱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 예상한다. 매일같이 자극적인 음식들에 지친 내 혀끝과 위장을 달래고 싶은 날에 들러보기를.


사진=김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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