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안주머니에 현금 3천 원쯤 품고 다녀야 하는 붕어빵의 계절이 도래했다. 겨울 뺨치는 추운 날씨에 붕어빵만큼이나 반가운 건 다름 아닌 호빵! 추울 땐 핫팩보다 호빵을 양손에 쥐고 다니는 게 더 효과적이란 말이지(무슨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편의점의 호빵 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와 냄새가 우리를 유혹하기 시작했고, 에디터는 아주 쉽게 유혹에 넘어가버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피자, 에그 커스터드, 심지어는 초코 등을 속 재료로 택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호빵. CU에서 새롭게 선보인 신상 호빵 2종을 포함해 4가지 종류의 호빵들을 만나보자.
호호~ 불어먹는 호빵 라인업
삼육두유 호빵
최근 활발히 콜라보를 펼치고 있는 삼육두유와 호빵이 만났다. 아이스크림, 마카롱에 이어 두유 호빵이라니. 전자레인지에 조리함과 동시에 두유보다는 인절미 냄새 같은 고소한 향이 화-악 풍겨온다. 냄새가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입속에 다다르자 “음 …이게 두유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혀끝 감각이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면, 두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두유의 맛이 아주 미미한 느낌. 삼육두유 호빵을 사 먹는 소비자는 최소한 두유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닐 텐데, 더 과감한 시도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꼬순 맛이 더 필요해…!
한 줄 평 삼육두유를 슬쩍 흘린 크림의 맛
쑥떡쑥떡 호빵
리뷰에 앞서, 에디터 본인은 자타 공인 떡순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그렇기에 떡이 들어간 콜라보 제품이 출시된다 하면 일단 사 먹고 보는 편. 빵은 약간 질긴 편이었지만, 호빵 속에 든 쑥 크림과 떡은 꽤나 조화로웠다.
다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호빵의 특성상 떡이 모두 녹아 떡 특유의 쫄깃한 느낌보다는 찐득함이 짙었다. 배스킨라빈스의 ‘쫀떡궁합’ 아이스크림 속 떡과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떡 식감을 살리겠다고 딱딱한 호빵을 데우지 않고서 먹을 수는 없으니… 해결해 줘요 삼립...! 칼로 썰 때와 먹을 때 모두 떡과 크림, 빵이 이에 매우 달라붙어 끈적해진다. 그러니 먹은 다음 거울 체크가 필수라는 점도 염두에 두자.
한 줄 평 쑥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꿀 씨앗 호빵
외관상으로 봤을 때, 호밀 빵 비슷한 느낌이 든다. 식감도 마치 호밀 빵처럼 뻣뻣하게 느껴졌던 탓에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양 벌꿀, 해바라기 씨앗과 호박 씨앗이 가득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오랜 시간 조리하면 꿀이 녹아버려 혀를 데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겠다. 빵의 텁텁함을 조금만 더 잘 잡아줬더라면 좋았겠지만, 현재까지 만나본 호빵들 중 속이 가장 알차서 마음이 갔던 꿀 씨앗 호떡.
한 줄 평 바삭하게 구워서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 크로플 기계나 샌드위치 기계에 구워 먹으면 호빵과 호떡의 중간인, 호떡빵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에그 커스터드 크림 호빵
포장지가 귀여워 눈길이 갔던 에그 커스터드 크림 호빵. 4가지 호빵들 중에서 가장 보드라운 빵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쿡 하고 찔러도 움푹 파이는 걸로 보아 최약체 호빵임이 분명하다. 조심조심 잘라보았다.
병아리 같이 예쁜 노오란 색깔의 크림이 차있다. 이 크림은 진한 에그타르트의 크림 맛의 60퍼센트 정도를 재현한 듯하다. 꾸덕꾸덕한 느낌은 옅었지만, 은은하게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두 개 이상 먹으면 커스터드 크림 특유의 느끼함 때문에 조금은 물릴 수 있을 것 같다.
한 줄 평 달콤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新 호빵, 에디터의 취향은?
삼육두유 호빵과 쑥떡쑥떡 호빵은 ‘호빵 스팀팩’이라는 포장 기술을 적용시켜 봉지째 데우면 조리가 완성되는 타입이다. 별도로 접시에 올려두거나 밥솥에 데우는 불편함 없이 완성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 이제부터 호빵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그래서인지 멕시카나 치킨 불닭 호빵, 이천 쌀 호빵 등의 신 메뉴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또 새로운 호빵들을 만나게 된다면 얼른 낚아채 오리라. 호빵들아 기다려라!
사진=서정준 객원 기자
편집=김태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