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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에 묻힌 한국 최초 와인

해태상이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 와인

Editor 이유진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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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유진

2020.06.10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까?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과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이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 난파되어 제주도에 표류되었는데, 당시 조선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붉은 스페인산 포도주를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록 시작은 모호하나 한국의 최초 와인이 국회의사당의 해태상 밑에 숨어있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과연 사실일까?



프롤로그. 한국 와인의 시초
사진=(신문)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와인) 국립민속박물관

1969년 한국에 사과로 만든 애플 와인, 파라다이스가 출시되었다. 포도가 주재료는 아니지만 어쨌든 과실을 사용한 와인이 탄생한 것. 하지만 포도주가 아니라서 일까, '한국의 첫 와인'이라는 수식어는 갖지 못했다. 최초는 아니더라도 한국 와인의 시초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도수는 12도, 남성을 겨냥한 '드라이'버전과 여성을 위한 '스위트' 버전이 각각 생산되었다. 출시 당시 달달한 맛과 향에 곧 대학 주점가에 인기 술로 자리 잡았다고. 병당 가격은 780원, 꽤나 귀여운 가격이다.



한국 최초의 와인, 해태상 아래에 묻히다
와인 사진=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매일경제'

1974년 해태주조에서 프랑스 보르도 타입의 정통와인인 '노블와인'을 출시하였고 현재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정통와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1975년 박정희 정부 당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준공을 앞둔 상태였는데 악귀를 물리치자는 의견으로 의사당 앞에 해태상을 놓았다. 해태산업은 암수 1쌍의 해태상을 기증하게 되는데, 해태주조가 노블와인 백포도주 72병을 해태상 아래 36병씩 나눠 묻었고 100년 뒤인 2075년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 건배주로 사용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2075년이 되어서야 이 와인을 볼 수 있다.



노블 와인, 어떤 술일까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아일보'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매일경제'

노블 와인은 화이트와 핑크, 레드 총 3종류로 생산되었으며, 후에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블 로제 · 노블 클래식 · 노블 스페셜 총 3가지 에디션을 추가했다. 프랑스 정통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헤네시'에서 장기간 유학까지 했다는데, 화이트 노블 와인은 당시 일본에 2만 리터가 수출될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당시 신문에 실린 노블 와인의 광고에는 도수 12도에 식탁의 반주, 홈 파티에 가장 알맞은 술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당시에도 '홈 파티'는 역시나 빠질 수 없는 문화였던 걸까. 이전까진 '과실주'하면 흔히 달달함이 기본이었으나 노블 와인은 정통의 맛을 고수하여 달지 않고 독특한 산미와 섬세한 향을 담아냈다고 한다. 가격은 레드 경우 1천 원대였으며 화이트와 핑크는 2천 원으로 지금과 비교하면 꿈의 가격이다.



에필로그. 한국의 첫 '로제' 와인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아일보'

노블 와인이 한국의 최초 와인이라면 노블 로제는 한국 최초의 로제 와인이라 할 수 있겠다. 겉모습만 봐선 왜인지 외국산 위스키가 떠오르는 비주얼.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그대와 함께 오늘밤 장밋빛 와인, 노블로제'라니, 카피 문구까지 로맨틱하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로제 와인들이 여리여리한 공주풍의 패키지 디자인이라면 당시의 노블 로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 '헤라'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물론 맛도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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