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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

뭔가 신성한 느낌인데요!

Editor 김태인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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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인

2020.04.21



흔히 종교계에 종사하면 술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술을 만든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함일까. 유럽 수도원에서는 일명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든다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드는 경건한 마음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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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들었을까?






만들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중세시대 유럽은 기독교가 아주 번성한 만큼 수도원도 많았다. 그런데 수도원의 상수도 시설이 낙후되었던 터라, 오염된 물을 마시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오염된 물을 조금이나마 정제해서 마시기 위해 포도주나 맥주와 같은 발효주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일종의 생존 방식이었다는 거지.


두 번째는 수도승들이 기도로 금식기간을 가질 때 영양보충 수단이 필요했는데, 그 수단으로 선택된 게 맥주였다. 게다가 맥주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을 들이는 기도와 정신수양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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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피스트, 어떤 점이 특별할까?




수도원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트라피스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랬다간 손목에 쇠고랑을 차게 될 수도 있다고) 사칭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ITA)로부터 인정받은 수도원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야만이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 조건은 이러하다.


1) 트라피스트 수도원 내 양조장에서 수도승의 감독하에 생산 된 맥주 일 것.

2) 양조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 (수도사 생활비, 건물 유지 비용 등으로 사용)

3) 남은 수익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


이처럼 엄격한 조건을 내세우기 때문에 인증을 받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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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트라피스트 맥주 중 으뜸



트라피스트의 인증을 받은 곳은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등 전 세계에 10여 곳이다. 그 중 6개의 양조장이 벨기에에 위치해서, 벨기에 맥주 중 트라피스트 맥주를 가장 좋은 맥주라 여기기도 한다.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중 로슈포르, 베스트블레테렌, 시메이, 아헬 등의 수도원 맥주가 대표적. 종류별 특징은 이렇다.



[ 로슈포르 10 Rochefort ]


사진=인스타그램 @burn72.bier



6, 8, 10 등 서로 다른 비율과 숙성기간을 가진다. 알코올 도수가 11.2%로 높은 편이라 10을 맛 본 다음에 6, 8을 맛 보면 약간은 싱겁다고 느낄 수도. 여러가지 건 과일의 맛과 감칠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부드러운 거품과는 다르게 진한 풍미와 쓴 맛을 느낄 수 있다.



[ 베스트블레테렌 12 WESTVLETEREN ]



사진=인스타그램 @hoongky



무화과, 망고와 같은 은근히 달콤한 과일향과 꿀 향이 느껴지며 청량감은 적은 편이다. 섬세하고 조밀한 거품 덕에 묵직한 바디감을 가진다. 맥주계의 귀족이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은 물론이고 한정수량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은 녀석이라고.



[ 시메이 CHIMAY ]



사진=인스타그램 @mingblha_



가장 대중적인 트라피스트 맥주. 말린 자두의 풍미와 향신료 특유의 알싸함이 매력적이다. 입안에 잔잔하게 남은 캐러멜 맛의 여운이 깊다. 와인처럼 빈티지가 존재해 약 2-3년간 숙성시켰을 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앞선 두 맥주 보다는 가볍게 마실 수 있다.


에디터가 알려주는 TMI

트라피스트 맥주는 일반적으로 알코올 함량에 따라 구분한다. 4.5 - 5% 의 엥켈, 6 - 7.5% 의 듀벨, 7.5 - 9.5% 의 트리펠, 그 이상은 쿼드루펠로 칭한다. 앞서 소개한 베스트 블레테렌 12는 쿼드루펠의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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