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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덕후들의 천국, 2022 서울국제도서전

BOOK적BOOK적, 3년만의 도서전

Editor 김보미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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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보미

2022.06.04


올해의 목표는 다독(多讀)이다. 얼마 전 긴 글을 읽으면 글자가 눈에서 튕겨 나가는 듯한 경험을 한 뒤,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선 올해의 목표치는 ‘다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서른 권이다. 6월을 맞이하여 중간 점검을 해본 결과, 목표치의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 한창 책 읽기의 재미를 알아 가던 중,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 소식을 접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곳에 직접 다녀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3년만에 돌아온 서울국제도서전. 국내외 출판사와 해외 문화원을 포함해 약 200여 곳이 참여한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반걸음(One Small Step)’이다. 팬데믹 등을 비롯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담겨 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책을 고르고, 페이지를 넘기며 내용을 훑어 보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표정을 읽을 순 없었지만, 책을 바라보는 눈만은 반짝거렸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행사 개최에 맞춰 첫 선을 보이는 책들을 ‘여름, 첫 책’으로,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한 책들은 ‘다시, 이 책’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과학기술학자 임소연 교수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소설가 이종산의 신작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을 포함한 신간 10종과, 소설가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 소설가 배수아의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등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리커버 도서 10종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부스에서 편집자의 글이나 추천사를 인용해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 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책을 고르다 보니, 어느새 양손이 무거워졌다. 유리손목을 가진 에디터는 눈물을 훔치며 서너권의 책만 고르기로 결정했다. 도서전은 에코백 하나 들고 갔다가 쇼핑백만 세 개 들고 나오는 것이라더니··· 정말이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책 판매 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와 강연도 진행한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를 담은 전시 ‘반걸음’에선 지금 이 세상에 필요한 발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북 큐레이션을 통해 전달한다. 더불어 기획전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서는 최근 3년간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30권의 책들도 만나볼 수 있다.



강연에는 소설가 김영하, 한강, <아노말리>의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부스 앞, 도서전 웹사이트, SNS에 일정표가 게재되어 있어 원하는 시간대에 강연을 예약하거나 참석할 수 있다. 놓친 강연은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를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곳곳에는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마련돼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글 한 구절을 인쇄해 주는 ‘문학 자판기’. 버튼을 누르니, 문학 작품의 한 구절이 영수증 재질의 종이에 인쇄되어 나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글이었다. 인쇄된 문구를 천천히 읽어 보니, 책 전체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문구 맨 끝에는 출판사명과 함께 부스 번호가 적혀 있다.



어깨에 멘 가방과 양손에 든 쇼핑백은 무거웠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에 자꾸만 미소가 새어나왔다. 직접 고른 새 책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가방에 든 책을 얼른 읽고 싶어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쯤 되면 여러분은 아마도, 두 에디터가 어떤 책을 골랐을지 궁금하실 거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드링킷 책벌레 썬디터와 봄디터가 고른 책들을 살짝 공개한다.



썬디터

- 임소연,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 이경희, <모래도시 속 인형들>

- 황승택, <다시 말해 줄래요?>

- 오르한 파묵, <페스트의 밤>

- 마거릿 애트우드, <먹을 수 있는 여자>


소설이면 다 좋다. 어느 시대, 어느 곳으로든 떠날 수 있으니까. 1980년대 혹은 17세기로, 프랑스나 중국, 또는 미래 마을로 언제든지 떠나, 누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또, 책 속으로 도피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하지만 모두가 마냥 행복하기만 한 내용은 손이 잘 가질 않는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소설책을 읽지만, 또 현실과 너무 유리되어 있는 내용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래서 불행하고, 눈물짓고, 욕이 절로 나오게 괴로운, 그러니까 현실과 비슷한 소설을 자꾸만 읽게 된다. 나와는 사고방식도, 처한 상황도, 살아가는 모습이나 형태도 다른 책 속 인물과 함께 절망하고, 아파하다 보면 현실의 내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


임소연 작가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그냥 샀다. 민음사를 믿으니까. 사랑해요 민음사. <페스트의 밤>은 작가의 <내이름은 빨강1,2>를 읽었던 기억으로 구매했다. 오늘 날 전 지구의 전염과 혼란 등을 다룬다고 해서 기대가 높다. <다시 말해 줄래요?>는 민음사 유튜브에서 본 책이다. 우리가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차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구매했다. <모래도시 속 인형들>은 SF소설에 눈을 떴기에 애정 어린 손길로 모셔왔고, <먹을 수 있는 여자>는 페미니즘 문학의 문을 연 작품이라는 소개를 보고 궁금한 마음에 챙겨 왔다.



봄디터

- 임소연,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 한켠, <까라!>

-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 김선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인문/역사/예술 분야의 책을 좋아한다. 서점에 가면 미술사나 여성주의적 시각을 담은 책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렇다고 이 분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썬디터님의 추천으로 소설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평소 논알콜 맥주 같은 마실거리를 가져다 두고 책을 읽는 시간을 아주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내게 되어 행복하다.


‘여름, 첫 책’ 중 하나인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페미니즘과 과학의 만남이 궁금해 가장 먼저 손이 갔던 책이다.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통한 과학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한켠 작가의 <까라!>는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가 떠올라 골라 봤다.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는 개인적으로 민음사의 ‘디 에센셜’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방> 뿐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여러가지 작품을 볼 수 있어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는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를 매우 인상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 고르게 됐다.



3년만에 돌아온 서울국제도서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수많은 책을 뒤적이며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책에 둘러싸인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벌레에게는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 책을 좋아한다면, 책 이야기를 듣고 싶고, 하고 싶다면! 이 행사, 놓치지 말자. 도서전은 오는 5일까지 운영된다.



사진=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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