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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그냥 소주로 놔둬주면 안 될까?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아요(제발)♥

Editor 김태인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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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인

2021.12.20

20대 초반 한국인의 영원한 친구 소주. 대학 생활과 함께 소주의 쓴맛으로 인생을 배워갈 즈음, 우리는 다양한 주종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선호하는 술의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줄곧 소주파를 고수할 수도 있고, 맥주나 양주, 와인 등으로 전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소주는 거의 ‘순수 알코올’에 가까워서 맛이 없는 술이다. 말 그대로 무(無) 맛. 가끔 컨디션에 따라 달고 쓰게 느껴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맥주나 와인처럼 다양한 맛이 있는 술이 아니었다. 과일 소주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때는 2015년.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를 시작으로 주류시장에 과일소주 열풍이 불었다. 이후, 지구상에 존재하는 온갖 과일을 모조리 넣을 기세로 무학, 하이트진로 등이 블루베리, 자몽, 메로나 등의 과일향과 농축액이 첨가된 과일 리큐르들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과일 리큐르의 입지는 약해졌지만, 지난해 ‘아이셔에 이슬’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게다가, 펀슈머와 MZ 세대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려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주목하며, 주류기업들도 ‘재미있는 인싸 아이템’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지난 7월, ‘무학’은 ‘민초단(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민트 초코 소주를 출시했고, ‘처음처럼’은 11월부터 처음처럼 빠삐코 맛 소주를 선보였다. 먹을 걸로 장난치면 안 되는데…. 어찌 되었든 간에, SNS에 그렇게 수많은 인증샷이 올라오고 MZ 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는 제품들, 그렇다면 드링킷 에디터들이 안 마셔볼 수 없지 않은가. 두려움을 꾹 참고, 마셔본 솔직 후기를 가져왔다.


민트 초코 소주



태디터 曰 : 강경 반(反) 민초파임을 먼저 밝힌다. 소주를 입에 머금자마자 정말 깜-짝 놀랐다. 이런 화끈한(?) 민트는 생전 처음 맛본 기분이었거든. 그리고, 뭐랄까… 오묘하게 괜찮은 것 같은 이 맛이 왠지 모르게 조금 기분이 나쁘다. 민트향 가그린을 하고 입을 덜 헹군 상태에서 소주를 먹으면 딱 이 맛이 날 것 같다. 온전히 민트 소주였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 같다. 시원한 소주에서 애매하게 달콤한 초코 맛이 느껴져, 상당히 어색한 조합처럼 다가온다. 으악!





썬디터 曰 : 민초에 거부감이 없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소주는 소주 자체로 먹는 것이 가장 담백하고 맛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소주야 몰라봐서 미안해…! 그래도 시도는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지만, 내 입과 위장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


젼디터 曰 : 타협 가능한 민초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민트 초코 소주를 맛보고 나니, 나는 강경 민초파였음을 알게 되었다. 민초단 소리 질러~! 평소에 메로나에 이슬 같은 맛있는 소주 리큐르를 제외하고 일반 소주는 자주 즐기지 않았는데, 민트 초코 소주는 제법 맛이 좋았다. 뭔가 가끔 생각날 것 같은 맛? 민트와 초코 맛의 비율을 나타내자면 49:51 정도의 맛이다.


처음처럼 빠삐코



태디터 曰 : 처음처럼 빠삐코(이하 ‘빠삐코 소주’)는 헛웃음이 나오는 맛이다. 살짝 음미함과 동시에 ‘음…음…? 하하하’ 웃음이 새어 나온다.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웃기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모두가 상상하는 바로 그 맛이다. 시음 후기를 적으면서도 웃긴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생각보다 달콤한데, 생각보다 쓴맛이다. 초콜릿 향이 나는 술이라 그런지, 조금 느끼하게 느껴진다. 만약 술이 취했을 때 이 소주를 마신다…? 그 뒷일은 생각하기 싫어질 것만 같다.





썬디터 曰 : 빠삐코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제법 기대를 하고 마셔봤다. 하지만… 소주와 빠삐코의 만남은 ‘엥? 이 혼종은 뭐지(혼란)’ 관계자님이 먼저 보내주지 않음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 처음처럼 특유의 매운맛이 너무 강렬해서 잘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젼디터 曰 : 앞서 말했듯 평상시에 소주를 즐겨 마시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빠삐코 소주는 소주 특유의 술맛이 적게 나서 오히려 좋았다. 나처럼 소주의 톡 쏘는 알코올 향이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셔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진정한 소주 홀릭들에게는 시시한 맛일지 몰라도, 에디터와 비슷한 유형이라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단, 미지근하게 마시면 소주 향이 다소 강하게 느껴지니 꼭 시원한 상태에서 마셔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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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소주들을 누군가가 선물로 준다면? 일단 냉장고 구석에 몰아두고, 친구들과 모여 술자리 게임을 할 때 벌칙주로 마시기에 제격이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에디터가 다시 사 먹을 일은 없지 않을까…! 두 종류의 소주가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지만, 사람들이 왜 결국 돌고 돌아 오리지널 소주로 돌아가게 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진=서정준 객원기자·김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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