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바로가기
dim
bar_progress

[인터뷰] 김소봉 셰프 “내가 얻은 것, 나누고 함께하고 싶다”

‘문명’ 통해 활약 선보인 김소봉 셰프 인터뷰

Editor 김태인 2021.12.16

색상 바
색상 바

Editor 김태인

2021.12.16

“힘을 갖추어서 내 소신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WAVVE 오리지널 다큐 플렉스 ‘문명 : 최후의 섬’(이하 ‘문명’)에서 다양한 활약상을 보여준 셰프가 있다. 감자 서너 알, 산딸기 몇 알 같은 것이 식재료의 전부인 상황에서 매시드 포테이토, 태국식 감자 카나페 같은 음식을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를 묵묵히 실천해나가고자 하는 그는 최근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하 ‘세바시’)에서 ‘음식과 꿈 앞에서 모두가 평등할 것’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셰프로서의 능력은 물론이고, 본인만의 뚜렷한 요리 철학을 설정하여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셰프, 김소봉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셰프, 생존 전문가, 특전사 출신 등 각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서바이벌 다큐멘터리 예능 ‘문명’은 총 8부작. 웨이브(wavve)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명’은 무인도에 고립된 10인의 생존기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직업군으로 구성된 10명의 출연진이 서로의 재능과 능력을 나누며 ‘문명’을 건설한다. 식재료 수급이 어려운 곳에서 요리 다운 요리를 내놓아 함께 한 9인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군침까지 자아낸 김 셰프의 탁월한 센스와 능력. 이는 김 셰프이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저라서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하.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셰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나만의 노하우로 요리를 만들었다. 10명이 먹어야 했기에 함께 먹을 만한 양도 중요했지만, 또 명색이 셰프인데 대충할 수 없지 않나. 플레이팅까지 생각하고, 섬에 차고 넘치는 풀잎 등을 활용하기도 했다.”


기본적인 요리 재료도 없는데 바닷물 등을 활용해 간을 맞추는 기지를 발휘했다. 만약에 다시 무인도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재료를 챙기고 싶을지도 궁금해진다. 마법의 재료처럼 김 셰프가 꼭 지니고 싶은 요리의 기본은 무엇일까.


“음. 최소 두 가지는 들고 가야 할 거 같다. 기름이나 양배추? 기름이 있어야 어떤 식재료라도 조리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하고, 양배추는 그냥 먹어도 되고 구이나 찜, 볶음 등으로도 활용이 다양하다. 그리고 또 하나를 더 가져갈 수 있다면 소금을 챙길 것이다.”


▷ ‘문명’ 속 김소봉 셰프의 레시피, 따라 해볼까?




‘문명’에서 셰프로서의 활약을 제대로 보여줬다면, ‘세바시’ 강연을 통해서는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안긴 김 셰프. 신사동 하이볼 가든과 제주 소봉식당의 오너이기도 한 그는 본업인 요리사 외에도,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6년째 월드비전에서 꿈 멘토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문명’은 여름께 촬영을 한 거다. 올해 쉰 적이 없어서 휴식이나 방학이라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최근엔 9년째 운영 중인 하이볼 전문 바(Bar)인 하이볼가든을 확장했고 일본 가정식을 선보이고 있는 소봉식당이나 보틀샵 등 운영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월드비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주도에 있는 고등학생(멘티)들이 준비한 요리 메뉴를 손님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중으로, 제주 소봉식당을 방문하면 만나볼 수 있을 거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꾸준히 소통 중이면서, 본업을 9년 동안 잇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행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요식업 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하이볼가든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 스타일이 아니기에 꾸준히 관심을 받는 곳이다.




“일본에서 바텐더 경험을 쌓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바’(Bar)라고 하면 어두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일본의 카페형 바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도 일본의 바 문화와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이볼가든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와사비(고추냉이) 하이볼이다. 나중에 한 번 드셔 보시기를 추천한다!”


셰프와 바텐더라니. 공통분모가 없는 듯해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셰프의 생각은 달랐다.


“칵테일이나 하이볼 같은 술을 만드는 것도 요리와 결국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래식 칵테일을 제외하고는 여러 가지 조미료나 식재료를 조합해서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결과들 중 하나가 와사비(고추냉이) 하이볼인 거다.”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몸까지 녹여버리는 직업 셰프. 김 셰프의 마음을 녹이고, 추억이 깃듯 음식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즐겨 마시는 주종도.(우리는 드링킷이니까...)


“국밥을 좋아한다. 종류 막론하고 다. 설렁탕이나 순대 국밥 등 거의 대부분 좋아한다. 즐겨 먹는 주종은 소주다. 셰프라고 하면 위스키나 와인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할 텐데(웃음)... 술과 음식을 같이 먹는 걸 좋아해서 다양한 음식과 어렵지 않게 궁합을 맞출 수 있는 소주가 좋다.”


그러면, 자주 해먹는 요리도 있을까.


“일본 유학시절 때부터 즐겨 만들어 먹던 파스타. 간장과 버터를 프라이팬에 잘 녹여준 다음, 삶은 파스타를 볶아주고, 김을 뜯어서 넣어준다. 마지막에 계란과 버터 소량을 올려 완성하면 끝인 간단한 파스타다. 쉽게 생각해서 장조림 버터 비빔밥의 파스타 버전이다.


역시 셰프답다. 요리 얘기를 할 때 가장 반짝인다. 김 셰프에게 요리란 무엇일까. 소신과 철학이 묻어나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객이 최우선시 되어야 하고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책임감이 요리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명해지는 것도 좋고 소득도 많으면 좋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하려고 하고, 본질적으로 셰프가 해야 하는 것을 더 잘하고 싶다. 또 나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세프가 끊임없이 발전해서 멀리 보고, 요식업계를 끌고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후배들을 폭넓게 아우르고 그들을 이끌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그의 발자취를 통해 가진 것을 나누려고 하는 마음, 또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김 셰프의 목표와 꿈이 또렷하게 그려졌다. 시행착오를 겪고 오른 자리인 만큼, 후배들에게는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그의 진심이 보였다.




“후배들의 소중한 시간을 더 아껴주고 싶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고 싶다. 실패는 내가 이미 충분히 맛봤기 때문에(웃음) 보다 짧은 시간에 성공과 성장을 더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때문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월드비전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셰프의 내년, 그리고 앞으로를 기대할 만한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을 통해 받은 관심이나 사랑을 나누고 싶다. 나만의 소신을 꾸준히 지켜가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성장도 이으려고 한다. 그려놓은 목표를 향해 묵묵히 갈 것이다. 조금 더디다고 해도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을 보고, 책임감을 갖고 말이다.”


사진=wavve 제공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