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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먹어볼랭]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인생 국밥집

맑고 시원한 돼지국밥이라니? 광화문 국밥 방문기

Editor 김태인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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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태인

2021.11.02


편집자주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베스트셀러 ‘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잊지 못할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링킷 에디터들이 나섰습니다. 지극히 대중적이고 평범한 우리에게도 감동을 선사할법한 맛인지 말이죠. 미쉐린 가이드 맛집, 우리가 간다!

차가운 바람에 몸이 절로 웅크려지는 계절. 어떤 외투를 걸쳐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날 생각나는 따끈한 국밥 한 그릇. 모락모락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국밥 국물이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넘어가면서 내 몸을 뜨끈하게 데워준다.


그렇다. 이제 국밥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돼지국밥도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 그 주인공은 박찬일 셰프가 운영하는 ‘광화문 국밥’이다. 서울의 중심부, 광화문에 위치한 광화문 국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고자, 기본 돼지국밥과 피순대 그리고 돼지 수육 세 가지를 주문했다. 오징어젓갈, 깍두기, 마늘과 고추가 기본 반찬으로 제공된다. 오징어젓갈과 깍두기는 양념이 매운 편은 아니고, 오히려 조금 달게 느껴지는 맛이다.




정갈하게 놓인 피순대 20조각이 먼저 나왔다. 피순대는 고기와 두부, 달걀 등을 선지와 함께 버무린 것이 메인 재료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비리거나 맛이 없기 십상이다. 하지만 광화문 국밥의 피순대는 적당히 쫄깃한 식감, 가득 찬 속, 비리지 않은 맛 등등 어느 하나 흠잡을 것이 없었다. 소금을 톡톡 찍은 순대, 하나둘 집어먹다 보니 금세 바닥이 보였다. 더 먹고 싶다...!



그리고, 수육과 국밥이 거의 동시에 등장했다. 삼겹살과 앞다릿살 부위로 이루어진 돼지 수육은 차갑게 제공된다. 차가운 상태이지만, 질기거나 과도한 기름기가 느껴지지 않아 좋았다. 개인적으로 지방과 살코기가 함께 있는 삼겹살 부위를 먼저 먹을 것을 추천한다. 수육에 새우젓을 올리고, 쌈장을 찍은 마늘과 고추를 한 점씩 올려서 먹으면 된다.


피순대와 돼지 수육, 모두 만족스러운 맛을 보여준다. 하지만 돼지국밥 속 고기와 수육,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재방문한다면 피순대만 먹게 될 것 같다.



맑은 돼지국밥의 매력은...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의 차례다. 국밥에는 이미 소금 간이 적당히 되어있기 때문에 가게 곳곳에는 국물을 먼저 맛본 뒤 기호에 따라 새우젓을 조금만 넣어 먹으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제주 흑돼지의 살코기로만 깊은 맛을 냈다고. 고슬고슬한 쌀밥은 별도로 제공된다.


평소 국밥에 다데기(다진 양념)를 넣어 먹었는가? 광화문 국밥의 국밥에는 다데기를 넣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먹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매콤한 감칠맛이 더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아쉬웠다. 말간 국물에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조금 더해진 맛이라, 오히려 깔끔한 국물 맛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디터는 새우젓만으로 간을 맞추어 먹었다.



앞서 맛본 평양냉면과 달리, 광화문 국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통일되었다.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돋보이는 국물이 인상적이다”라는 것이다. 우유 빛깔처럼 뽀얀 국물이 아니라, 설렁탕 혹은 맑은 곰탕과 비슷하게 투명하고 맑은 국물을 가진 돼지국밥. 다소 낯선 느낌이지만,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발란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 또, 야들야들한 국밥 속 돼지고기의 육질도 마음에 들었다.


국밥 회동에 함께 한 동료 중 한 명은,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돼지국밥을 즐겨 먹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동료 역시 이곳의 깔끔한 국물 맛에 매료되었다. 심지어 광화문 국밥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를 구매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평소 각종 부속물 및 내장이 들어간 부산식 돼지국밥을 즐겨 먹던 에디터 본인에게 광화문 국밥은 다소 멀건 국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맛 자체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돼지국밥” 하면 떠오르는 걸쭉한 형태가 아니라 다소 낯설 순 있지만, 특유의 돼지 누린내가 느껴지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방문하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나, 메뉴 특성상 회전율이 빠른 편이니 참고하자. 돼지국밥 한 그릇 가격은 8천5백 원.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인 미쉐린 빕구르망. 인근 식당의 평균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가격과 맛을 자랑한다. 왠지 올겨울이 가기 전, 또 한 번 방문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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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태인, 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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