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스며드는 것은 기본, 1일 1 아이스크림이 아니면 견딜 수 없었던 뜨거움이었다. 에어컨은 필수, 선풍기는 영혼의 짝꿍. 게다가 기분까지 꿉꿉하게 만드는 장마에, 날벼락처럼 쏟아지는 소나기까지. 마스크로 마음까지 답답한 때에 마주한 두 번째 여름이라 그런지, 유난히 길고 또 미웠다. 이런 여름이 이제 끝에 다다랐다. 그 해의 더위를 물리친다고 하는 말복(末伏)이 다가온 것이다. 아직 더운 느낌은 좀 남아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팔랑팔랑,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옷깃에 스치는 공기가 제법 상쾌하다. 견디기 쉽지 않은 여름이었지만, 말복에 닿으니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삼계탕 외에, 제대로 된 몸보신을 못 해본 것 같아서다. 말복, 어떤 음식으로 달래야 이번 겨울 추위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에디터가 추천하는 몸보신 맛집을 보려면 여기로

탱글탱글, 먹음직스럽죠? 사진=김태윤 기자

“한입 먹으면 삼림욕 하는 느낌으로 우톤치드가 폭발한다. 온몸의 기를 자극하는 맛!” 방송인 이영자가 이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음식은 바로 육회 비빔밥이다. 콩나물, 송이버섯, 상추, 무채 등의 싱싱한 야채와 시뻘건 자태를 뽐내는 육회, 거기에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으로 마무리하면 우리가 아는 그 ‘육비’가 완성된다. 그냥 비빔밥도 맛있지만, 육회가 들어가는 순간 고소함과 쫄깃함이 배가 돼 씹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된다. 가을바람이 불기 전에, 육회비빔밥으로 남은 더위를 무너뜨려 보자!

추어탕은 보글보글, 내 마음은 몽글몽글. 사진=김태윤 기자

원기 회복엔 이보다 좋은 음식이 없다고 한다. 풍부한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로 요즘에 먹으면 제격인 추어탕. 미꾸라지를 끓인 탕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음식 중 하나인데 더위에 지친 몸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주인공 되시겠다. 들깻잎과 부추를 넣어 후후~ 불고 한입에 냠. 누룽지를 넣어 먹기도 하고, 수제비를 추가해도 좋다. 추어탕, 잊지 말고 드셔보시길.

순댓국아 이리온~~

더운 여름 더 진한 국물을 자랑하는 듯한 순댓국. 물론 겨울에도 맛있지만, 이열치열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요리는 순댓국이 아닐까 싶다. 보글보글 끓는 뜨거운 국물을 휘휘 저으면, 숨겨 놓은 자태를 드러내는 오동통한 순대와 쫄깃한 내장들. 부추 듬뿍 넣고 국물 한 숟가락 하면, 더위에 쌓인 스트레스가 땀으로 흐르는 듯 개운하다. 거기에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를 투하하면 절정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뭔가 좀 아쉽다면 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자. 막걸리 한 잔이면 천국에 닿은 듯, 절로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칼칼한 한 젓가락에 더위는 사르르.

비냉(비빔냉면)과 물냉(물냉면) 중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비냉만 먹는 에디터. 더운 여름이지만, 입에서 나는 불은 왜 맛있는 거죠...? 식당에서 시원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선풍기 바람 앞에서 먹는 냉면도 참 맛있다. 끓는 물에서 몸을 풀어 재낀 면발을, 냉장고에서 5분 정도 넣어두면 얼음을 품은 냉면을 맛볼 수 있다. 냉면용 고추장에 참기름 한 방울, 냉장고에서 낮잠을 자던 상추와 오이를 사정없이 잘라 넣어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삶은 달걀은 취향에 따라 넣어도 되는데, 깨는 잊지 말고 꼭 넣자!

오늘 저녁, 골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