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일과를 마친 친구들이 하나둘씩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헐레벌떡 자리에 앉아 안주와 술을 주문하고 근황 토크에 몰입. 돌아가며 일상을 전하다 보니 꽤나 거하게 텐션이 오르고 각자 자신의 술자리 패턴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전지적 친구 시점에 포착된 당신의 술자리 모습, 어떤 유형이니?

'야, 우리 취하기 전에 사진이나 찍을까?' 핸드폰을 들어 다양한 어플을 가동하고 끝날 줄 모르는 셀카 타임을 시전한다. 인스타 용 하나, 인스타 스토리 용 하나…. 자리 옮길 때마다 수십 장은 찍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 '자 됐어!'라는 말을 들어야만 다시 술잔을 들을 수 있다. 그래도 덕분인지 다음날, 단톡에 올라오는 사진 구경 재미가 쏠쏠하다.

웃기려고 하는 말인데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심각해지는 친구가 있다. '나 월급 받은 지 2주 지났는데 잔고 10만 원이다ㅋㅋ' 다른 친구들은 배꼽빠지게 웃는 중인데 이 친구만 혼자 진지하다. 왜 그렇게 사냐는 충고를 시작으로 운동과 취미, 절약, 시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읊어댄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 제발 그만해줘. (누가 화제 좀 돌려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다 안주를 좀 먹어볼까 했더니 벌써 바닥이 보인다. 침착함을 최대한 유지하고 상황파악을 하니 역시 쟤가 다 먹고 있군. 물론 모두 잘 먹는 친구들이지만 종종 폭풍 수다를 떨다 보면 안주를 잊기 마련인데, 끊임없이 흡입 실력을 뽐내는 친구의 유형. 몇 년째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된다. 되려 '뭐 더 시킬래?'라며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드는 것은 필수불가결.

다들 나누는 각자의 근황 토크에서 꼭 이성 문제를 토로하는 유형이 있다.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 데 먼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친구, 데자뷔 인가? 저번에 만났을 때 들었던 레퍼토리 그대로다. 그토록 조언을 해 줬지만 다 無 소용!

또 다른 유형은 상대는 매일 달라지는데 썸 타는 고민만 종일인 친구가 있다. 술 마시는 내내 '얘들아, 이거 무슨 시그널이냐…'. 술이나 마시자는 내 시그널은 느껴지지 않나 보다.

보자마자 하는 말, '나 그새 살쪘지' 안 쪘다고 백만 번은 말해야 겨우 집에 갈 수 있다. 요즘 하고 있는 홈트 종류와 자신이 야심 차게 개발한 다이어트 레시피 등 이 친구의 다이어트 연대기를 모두 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다이어트에 대한 열의는 불타오르면서 정작 지금 먹는 술과 안주는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솔직히 빠지고 찌는 거 잘 모르겠다, 인정?

이상, 지금까지 에디터의 자기소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