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와인을 이야기할 때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소비뇽 블랑 등 와인의 품종에 대해 말하고 둘째, '나라'에 대해 말이다. 와인 생산에 필수인 포도를 재배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후'라고 할 수 있는데 국가별 위치에 따라 기후 조건이 천차만별이라 그에 따른 와인의 개성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오늘은 나라별 와인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프랑스 중에서도 보르도나 부르고뉴는 와인의 명산지로 유명하다. 이 두 지역은 일조량이 많고 배수가 뛰어나 포도와 와인의 품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는 이미 세계적으로 최고의 와인임을 인정 받는데, 이 와인의 특징은 바로 드라이함에 있다. 다른 나라에도 드라이한 와인이 많지만 프랑스 와인은 그 특징이 더욱 강조된다. 한입 머금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드라이함과 깊은 숙성 포도의 맛에서 와인에 대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정제된 드라이함은 프랑스를 따라올 나라가 없음!

칠레를 포함한 미국, 호주 등의 '신대륙 와인'은 포도의 향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과일의 진한 풍미가 매력이다. 때문에 드라이함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오크 향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고.

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지형 덕에 낮에는 쨍쨍한 햇볕을 받고 밤에는 안데스산맥에서 찬 기운이 내려와 일교차가 상당히 크다. 이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포도 향이 더욱 짙고 걸쭉한 느낌이 상당한데, 이전에는 고급 와인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포도 향이 매력적임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대중적인 맛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호불호가 제일 적고 입문자에게 추천하기 좋은 칠레 와인이다.

스페인 와인의 특징은 '다다익선'이라 할 수 있겠다. 산미, 당분, 알코올, 풍미, 바디감 모두 꽉-채운 제품들이 대부분. 스페인 와인은 포도의 풍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매력이 일품인데 그래서인지 마시는데 불편함이 없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스페인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은 더운 지방에 태양열을 피해 서늘한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옆 동네인 프랑스와는 다르게 복합적인 환경에서 포도는 더욱 깊게 숙성되어 좋은 산미를 가지고 포도의 풍부한 맛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와인은 약 2,000년 전 로마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와인 생산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는 프랑스 와인보다 그 역사가 더욱 깊지만, 대세가 프랑스로 기울며 이 타이틀을 빼앗기게 되었다. 하지만 옛 고유의 전통적인 유럽 와인을 맛볼 기회는 이곳, 이탈리아에서 누릴 수 있다.

남북으로 긴 국토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 와인 생산량 또한 어마어마하다. 옛 이태리 와인의 맛을 잘 보전하고 있는 만큼 이태리 음식과도 그 궁합이 여전히 좋다. 레드 와인은 산미는 새콤달콤한 매력이 있고, 화이트 와인은 입안에 감도는 드라이함과 싱그러움이 매력적이다. 온고지신의 신념을 그대로 전해주는 나라, 이탈리아가 아닐까.

로마 시대보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 와인 문화의 뿌리라고 알려져 있는 그리스로 가보자. 이탈리아가 와인의 본성을 발전시켜 전파한 역할을 했다면 그리스는 와인의 태초를 책임졌다 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포도나무가 지중해 동해로 들어와 이것이 그리스에서 와인으로 탄생하고, 다시 각국에 무역을 통해 전래된 것.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도 이 지역에서 탄생한 인물이다.

대륙성 기후 덕에 포도 수확에 필요한 온화한 기후를 누릴 수 있었고, 바다와 육지의 비율이 적절하여 최적의 와인 생산 입지조건을 갖췄다. 터키, 크로아티아, 산토리니 등 동유럽 각지가 관광지로 부상하며 한국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그리스 와인은 희귀템으로 꼽히는 제품도 꽤 많은 편이다.